9일 최씨 ‘직권남용’ 등 재판서 검증
자료 변질 우려해 전원 끈 채 외관만 관찰
최씨 “기기 본적 없어…기획된 국정농단” 주장
검찰 “증거절차 따른 것…숨긴 적 없어” 반박
자료 변질 우려해 전원 끈 채 외관만 관찰
최씨 “기기 본적 없어…기획된 국정농단” 주장
검찰 “증거절차 따른 것…숨긴 적 없어” 반박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피시(PC)에서 발견된 최씨 사진. <제이티비시> 화면 갈무리
최순실(61)씨가 박근혜(65)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연설문 등 비밀자료를 보관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의 기폭제가 됐던 태블릿피시(PC)가 9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제이티비시>(JTBC)가 입수해 보도한 지 1년 만이다. 이날 법정검증에서 최씨는 해당 기기를 처음 봤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9일 열린 최씨의 직권남용 등 혐의 재판에서 태블릿피시를 검증했다. 앞서 검찰이 제출한 포렌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최씨 쪽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기기 전원이 켜진 채로 검증할 땐 저장된 자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검찰 설명에 따라 이날 검증은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외관만 살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검찰이 황색 서류봉투에 담긴 태블릿피시를 재판부에 넘기자 방청객의 눈은 법정 가운데 설치된 실물화상기로 향했다. 흰색 태블릿피시 앞면엔 ‘삼성’(SAMSUNG) 로고가 적혀 있었고, 뒷면엔 모델명 ‘SHVE140S’, 제품 생산일자로 보이는 ‘20120322’ 등이 적혀 있었다. 삼성이 2011년 말 출시한 ‘갤럭시 탭 8.9LTE’ 제품으로 보이는 이 태블릿피시 뒷면 곳곳엔 깨진 흠 자국이 남아 있었다. 최씨와 이경재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인단, 최씨 쪽이 대동한 검증참여인 2명이 실물화상기에 가까이 다가가 태블릿피시를 관찰했다. 검증참여인들은 태블릿피시 전면과 후면, 측면 모습 사진을 십수장 찍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태블릿피시 감정을 맡기기로 했다.
“저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10여분간 검증을 지켜본 최씨는 해당 태블릿피시를 보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이티비시>가 태블릿피시 입수 경위에 대해 여러번 말을 번복했다”며 “고영태의 기획에 검사들이 일부 가담했거나 <제이티비시>가 기획된 국정농단을 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도 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검찰이 지난해 수사 당시 최씨에게 태블릿피시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말을 보탰다. 그는 “검찰 수사보고서를 보면, 해당 태블릿피시를 최씨가 사용했다고 단정한 뒤 목표를 두고 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검증이) 최씨가 태블릿피시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정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은 “최씨 쪽은 검찰이 태블릿피시를 숨긴 것처럼 말하는데, 증거 절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처음에 태블릿피시를 누가 썼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태블릿피시 내부 자료가 최씨 동선과 일치하는 점, (최씨에게 청와대 비밀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된 전 부속비서관) 정호성 진술을 통해서 최씨가 사용했다고 보고 증거로 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증을 마치며 최씨 변호인들에게 태블릿피시 촬영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검찰은 “검증보조인들의 촬영은 공판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특정 언론이나 단체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공개 재판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했는데 외부에 알려진다고 해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자료인 만큼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했다.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