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년,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재판부 “무면허 진료 등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 있어”
재판부 “무면허 진료 등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 있어”
지난 3월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오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선 의료’ 방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30일 면허가 없는 ‘기치료·주사 아줌마’를 청와대 관저로 데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치료하도록 한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 등으로 기소된 이 전 경호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경호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한 “대통령께서 (의상대금을) 주셨다”, “(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이 차명폰을 썼는지) 모르겠다” 등의 증언이 위증이고, 직접 차명폰을 사서 안 전 비서관 등에게 건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대통령의 생명,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경호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대통령, 최순실씨,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수십 개의 차명폰을 제공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하여 국정이 농단 되게 하는데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받았던 무면허 의료행위를 청와대 내에서도 받으려고 하는 대통령의 의사 내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고, 그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수십 대의 차명폰을 제공한 것 역시 대통령의 묵인 아래 안 전 비서관 등 상관의 지시에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증한 사항이 대통령 탄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었고, 피고인이 국정농단 특별검사법에서 정한 각종 의혹사건의 주범 또는 공범으로 볼 수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3년 3월부터 청와대 행정관·경호관으로 일했던 이 전 경호관은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된 ‘비공식 업무’를 담당했다. 최순실씨가 소개한 무면허 의료인들을 박 전 대통령에게 데려가는 것도 이 경호관의 업무 중 하나였다. 이 전 경호관 쪽은 기치료 등은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의 주장을 배척하고 “(기치료 아줌마 등을) 대통령 관저로 데려가 대통령을 치료하게 한 것은 의료법 위반 방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을 채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재판부를 향해 “감사합니다”라며 박수를 치거나 이 전 경호관에게 “충신이십니다”, “힘내십시오”라며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 전 경호관의 1심 선고 때 “판사님 박근혜가 그렇게 밉습니까”, “이게 나라냐”라고 소리를 질러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