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의 80%만 하려고 노력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바로 치받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할지라도 바로 대응을 하기보다는 조금 약하게 그리고 조금 줄여서 말하곤 한다.
우리는 날마다 어떤 말이든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날마다 하는 말에는 여러 종류의 말이 있다. 꼭 필요한 말이 있고 필요 없는 말이 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그리고 모두에게 유익한 말이 있고 해로운 말이 있다.
살다보면 내가 뱉은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다. 나는 무심코 한 얘기였는데 상대방에게는 꽤 큰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말로서 상처를 주거나 말로서 상처를 받은 경험...
그래서 옛 성현들께서는 생각을 세 번 한 뒤에 말은 한번만 하라고 했다.
나도 사실 조심스럽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글로써 말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누구를 비판하는 글이나 반박하는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저 하루를 살다가 느낀 내 생각만 얘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더 새겨들어야 하는 존재다. 부정적인 말, 시비 거는 말, 남을 깎아 내리는 말, 퉁명스러운 말, 예의 없는 말, 배려 없는 말, 건방진 말, 이기적인 말...
이러한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남이 아닌 내 자기 자신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이러한 부정 적인 말을 날마다 내 귀로 듣게 되니 그 말이 다시 나를 세뇌시키고 나를 점점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결국 자기 말에 자기가 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다른 사람의 흉을 보려고 하면 나는 그런 말을 가급적이면 나에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굳이 들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보다는 그냥 우리 얘기만 하자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같은 말이라도 밝고 환한 말이면 좋겠다. 상대방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이면 좋겠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배려하는 말이면 더 좋겠다.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또 어느 때는 그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상대의 사소한 변화에도 아낌없이 찬사를 보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지적은 간단하게 하고 칭찬은 길게 하는 요령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대의 약점은 농담으로라도 들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말도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부하건데 상대의 간을 보기 위해서 넘겨짚어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가 그것을 알면 상대에게 속을 뺏기는 것이고 그러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험담에는 언제나 발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다시 말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은 내 입에서 일단 떠나면 책임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함부로 한 말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지불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말은 바보도 알아듣는다는 사실도 우리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내가 무시해도 좋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무시하면 언젠가는 그것은 내게 되돌아오는 법이다.
그런데 내게 되돌아 올 때는 그냥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낸 무시보다 훨씬 더 아프고 힘들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에 무시를 받으면 내가 벼르고 있듯이 그 사람도 나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내가 아니다. 나와 생각도 다르고 철학도 다르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조건도 다르다. 그래서 나처럼 되라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내 조건과는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식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고 부하직원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가 날마다 하는 말은 고스란히 우리의 인생이 된다. 내가 하는 말 속에는 나의 인격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말이 참 많았다. 세상을 살면서 가급적이면 말 많이 하지 말고 져주면서 살자는 말을 이렇게 길게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말이 많다.
대원(대원)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김광중 작가님이 여수 인근에서 담아온 소담스런 가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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