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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6. 08:55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12.05 18:48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나름의 글 쓰는 습성이 있다.


글 꼭지를 하나를 잡으면 그것을 놓칠새로 일사천리로 써내려 간다. 그렇게 쉼 없이 쓴 뒤에 글을 마치고 나면 글이 조금 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조금 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대부분 그냥 보낼 때가 많다.


글을 쓰는 시간이 대부분 자정을 넘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쓴 글을 다시 고친다면 또 30분 이상을 꼼지락거려야 한다. 그래서 그냥 글을 마무리하고 엔터 키를 친 다음에 잠자리에 든다.


독자들로부터 글을 좀 줄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말 많은 사람이 말 많은 줄을 모르듯이 나도 글 많은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줄여야겠다. 잘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


나는 올해가 주례 7년차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란다. “그러면 몇 살 때부터 주례를 보기 시작했어요?” 하고 묻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기는 했다. 서른 쌍이 훨씬 넘는 부부가 내 앞에서 혼인서약을 했다.


혼인서약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겠다. 어른을 공경하겠다.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등의 맹세가 들어있다. 이 서약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경우에도’라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의미라 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고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이 말처럼 힘이 나는 말이 또 있을까 싶은 말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한두 번의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주례를 보면서 서로 말 조심하라고 했다. 상대가 편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화가 날수록 더 말조심을 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말에서 예의가 사라지면 부부사이에도 예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례를 보면서 주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한 것만큼 되돌아오는 사이가 부부사이다. 나의 거친 말이 배우자에게 가면 훨씬 더 거친 말이 되어 내게 되돌아 온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그래서 아무리 부부 사이라 해도 말은 공손하면 공손할 수록 좋다고 했다.


그리고 내 배우자가 착하기를 원하면 내가 먼저 착해야 한다. 배우자가 정직하기를 원하면 내가 먼저 정직해야 한다. 내 배우자가 부지런하기를 원하면 내가 먼저 부지런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 마주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배우자로 하여금 내 부모에게 잘하게 하고 싶거든 내가 먼저 내 배우자의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 너무나 뻔한 이치를 우리는 너무나 못 지키고 산다. 어리석다고 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어리석게 산다.


그래서 결혼생활에서 특별한 비결 따위는 없다.


내가 잘하면 배우자도 잘하는 것이다. 이 사실에는 절대로 예외가 없다. 주례사를 하면서 주로 이런 얘기를 해줬다. 하나하나 물으면서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주례가 끝나고 예식장 밖으로 나왔는데 아내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여보! 내년에는 나도 이 여자처럼 돈으로 목욕 한 번 시켜주세요”



   




내 아내도 천상 여자였다. 

그리고 이 모습은 세상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지 싶다.^^


그래서 기다려 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돈으로 목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 오늘은 유난히 겨울하늘이 맑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면 언제나 감사한 생각이 먼저 든다. 감사함을 쉽게 잊고 사는 세상에서...


나는 힘들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자주 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나의 사명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고 책임감이기도 하다. 살다가 어떤 어려움이 내게 오더라도 내가 이겨나가야 할 이유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첫 열차를 타고 서울에 간다. 서울에 가서 몇 개 회사를 방문하고 또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일 이시간이면 나는 서울의 어느 하늘 아래를 싸돌아 댕기고 있을 것이다.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면서...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괜찮은 사람들' 식당 안의

아기자기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