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
김준태 지음/눌민·1만3000원
김준태 지음/눌민·1만3000원
지난 정권에서 ‘나쁜 사람’으로 찍혔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공직에서 밀려났을 때 혼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촛불을 보면서 ‘내 뒤에 국민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힘들더라도 버텼어야 했다. 공무원이 권력자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지킬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시길 믿어주시길 부탁드린다.”
‘9급공무원 경쟁률 46.5 대 1’이란 숫자가 상징하듯 공무원이 ‘밥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시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명의식을 갖고 할 말을 하는 공직자를 기다린다. 자신의 자리를 걸고 최고권력자에게 직언을 날렸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직상소’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27명의 선비 28편의 사직상소를 묶은 책은 지금의 눈높이로 봐도 그 내용이 서슬 퍼렇다. “전하의 정치는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이 흔들려 하늘의 뜻도 민심도 이미 떠났습니다”(조식), “폐하는 아첨을 좋아하고, 정직을 꺼리며, 안일함에 빠져 노력할 줄 모르십니다.”(최익현) ‘정도’와 ‘권도’를 구분하며 화친을 주장했던 최명길, 대동법 확대시행에 평생을 걸었던 김육의 상소처럼 나라의 갈 길과 정책을 밀어붙이는 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조순과 송준길 같은 이들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측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왕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면 미련없이 물러났던 선비들의 이런 신념에 대해, 저자는 관직에 나갈 때와 수양할 때를 구분하던 ‘출처론’으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왕은 ‘하늘과 백성의 대리자’였다. 지금도 유효한 명제일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