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일본에서 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분들에게 노후를 누구와 보내고 싶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70대 남성 70%는 ‘반드시 아내와’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 반면에 70대 여성 66%는 ‘절대 남편과 안 보내’라고 대답했다.
내 아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최근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여성암 환자가 아시아 1위라고 한다. 그런데 그 여성암 환자의 85%가 화병 증세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보았다. 50~60대 중년의 여성 암환자들은 “수십 년을 아내와 엄마로 헌신하면서 참고 살았는데 이제 좀 쉬려고 하니 암에 걸렸다”며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내 아내도 그럴까. 마누라 미우면 식당을 하라고 했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질 않은가? 내 아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아내들에게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규정해 보라고 한다면, 많은 분들이 '참고 산다'고 대답할 것이다.
남편에게 참고 아이들에게 참고. 그래서 그 화가 쌓이고 쌓여서 암이 되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부터 아내가 한숨을 푹푹 쉬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뜸을 뜨고 약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분명 '화병'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출연하는 부부 퀴즈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문제를 내고 할머니가 답을 하는 퀴즈였다.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왔다. 첫 번째 문제는 ‘사랑해!’였다. 할아버지는 손짓발짓을 하며 부지런히 설명을 했다.
빠른 시간 내에 건너편에 있는 할머니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마음마저 급했다.
“내가 당신에게 평소 잘하는 말 있지? 세 글자로!”
“미쳤나!”
“그것 말고 다른 말로!”
“돌았나!”
....
할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썼다. 할아버지는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영감이 평소에 자신에게 자주 하는 말이 "미쳤나!"와 "돌았나."였나보다. 결국 할아버지는 그 문제를 " 통과"시켰다.
할아버지가 그 다음 문제를 받았다. 이번에는 ‘천생연분’이라는 문제였다. 할아버지는 의기양양했다. 그 문제는 자신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설명을 했다.
“당신과 나 사이⋯. 그런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그것 말고 넉자로!”
“평생 웬수!”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문제판을 내던지고 퇴장을 해버렸다. 우리 부부는 과연 천생연분일까, 평생웬수일까. 지난 26년은 아내에게 인고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지은 죄가 워낙 많아서.
그런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그냥 참고 살라고 해야 할까. 그건 아닌데. 적어도 내가 아파 누워있을 때 병 간호하는 아내에게 평생웬수라는 말은 듣지 않아야 할 텐데.
부부의 해피엔딩을 바란다면 이제라도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고민해 보아야 될 시점이 되었다. 몸살기가 있다며 밤 9시에 이른(?) 퇴근을 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결혼 26주년의 밤이 착잡하기만 하다.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