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한겨레 사설] ‘박근혜도 블랙리스트 공범’, 전체주의 경고한 법원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1. 24. 13:53

[한겨레 사설] ‘박근혜도 블랙리스트 공범’, 전체주의 경고한 법원

등록 :2018-01-23 17:41수정 :2018-01-23 18:54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순 없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7명에 대한 23일 항소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가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문화계 ‘좌파지원 배제와 우파지원 확대’ 기조가 위법이 아니라 정책에 해당한다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애초 문화계가 좌편향돼 있다는 박 전 대통령 인식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체계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대수비·실수비 문건 등에선,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방안을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지난해 새해 첫날, 전격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연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던데 난 전혀 알지 못한 일”이라고 발뺌했다.

1심에서 청문회 위증 혐의를 제외하곤 무죄를 받았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징역 2년을 받아 법정구속됐고, 김기춘 전 실장은 징역 3년에서 4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그만큼 “평등과,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원칙까지 위배한” 이 사건의 무게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판부가 “문화에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문화를 억압하거나 차별하는 순간, 전체주의의 길이 열린다”고 경고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 사건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다른 재판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관여된 혐의는 상당 부분 법의 판단을 받았다.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를 받았고, 정호성 전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에 대한 사직 강요에 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공모공동정범이 됐다. 마지막으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법정에 나와 직접 법의 심판을 받는 것뿐임을 이젠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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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9050.html?_fr=mt0#csidxabec4161e2dbf23a6a11f3aa1793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