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한겨레 사설] 이 정도면 ‘법원행정처 강제수사’ 불가피하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1. 24. 13:56

[한겨레 사설] 이 정도면 법원행정처 강제수사불가피하다

등록 :2018-01-23 17:23수정 :2018-01-23 18:55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2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아래서 법원행정처는 사실상 사법부의 국정원구실을 했다고 봐야 한다.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2016년 비리 사건을 기화로 법관들의 업무와 언행 등을 점검한다는 미명 아래 법원에 거점법관을 두어 동향을 파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내부게시판도 감시하는 방안 등 사실상의 사찰을 기획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판결을 놓고 청와대와 행정처가 뒷거래한 정황도 기조실 문건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행위에 핵심적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이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는 아직도 열지 못하고 있다. 또 암호가 걸린 파일 760개도 여전히 미확인 상태다. 무엇보다 임 전 차장 컴퓨터가 중요한 것은 그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여러차례 통화하는 등 사법권 유린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20161월부터 1년 사이 우 전 수석과 10여차례나 연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단서다. 당사자들이 끝내 거부하면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원세훈 사건뿐 아니라 청와대가 관심을 가진 다른 중요사건에서도 행정처와 청와대가 뒷거래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이 수첩에는 보수진보 갈등 관련 판결 시 진보 유리하게 선고하는 문제(2014812) ○○ 부장판사-김일성 시신참배: 동방예의지국에서의 의례적 표현(630) 대법관-행정처장 2번 회동(624) 등 법원 관련 대목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행정처가 다른 판사 컴퓨터는 내놓으면서도 유독 임 전 차장 컴퓨터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음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는 것도 의혹을 부추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로 넘어가는 과정도 의문이다. 당시 재판 참여자를 포함한 현직 대법관들이 23일 간담회를 열어 재판에 관해 사법부 안팎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그렇게 뭉뚱그려서 입장문 낸다고 의혹이 해소될 사안은 아니다. 전합으로 넘긴 정확한 경위, 그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영향력 행사는 정말 없었는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에선 블랙리스트존재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잘못된 접근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만으로도 블랙리스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사찰, 불법행위의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고 사법부, 특히 대법원의 재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특검이든 검찰이든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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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9047.html?_fr=mt0#csidx482dad225e537f695f11861ee7e7d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