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대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왔습니다. 난생 처음 서울대병원이란 곳을 다녀왔는데 지금까지 저는 단 한 번도 병원에서 건강검진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특별이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목숨이란 것은 하늘에 맡겨진 운명 같은 것인데 그것을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그냥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하늘이 부르면 네... 하고 따라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저를 끔찍이도 아껴주시는 어느 분이 어느 날 저에게 건강검진은 받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안 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서울대병원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께서 서울대병원에 연락을 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조리 검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적지 않은 비용까지 모두 선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 서울대병원에 가서 정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머리, 심장, 간장, 췌장 등의 초음파, MRI, MRA, CT, 후두 내시경, 뇌혈관, 이빈후과, 안과, 치과, 심전도검사,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등 제 몸 구석구석을 검사받았습니다.
검사를 받다가 30분 동안 MRI 기계 속에 들어가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통이었습니다. 기계는 쉴새없이 윙윙 돌아가는데 그 안에 누워서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건강검진을 받다가 큰 병을 발견해서 결국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제 주변에 한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혹시 오늘 종양이라도 하나 발견되면 내가 어떻게 하나……. 하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보내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분도 고맙고, 저분도 고맙고,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 얼굴은 마구 떠오르는데 갑자기 반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분들에게 고마움에 대한 표현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이 들자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제가 잘하겠습니다.”하고 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에게도 잘하겠다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저의 전부가 되어 버린 사람입니다.
건강점진을 받으러 전날 저녁에 혼자 서울에 가겠다고 했더니 밤새도록 장을 비우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면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며 애써 가방을 챙겨들고 저를 따라나선 여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