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머니의 묘를 벌초할 때마다 복 짓고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세상에 복을 짓고 살면 살아서 그 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서 그 복을 받지 못하면 이렇게 저승에서나마 복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할머니께서 큰 연고도 없는 우리 형제들로부터 이렇게 정성스럽게 보살핌을 받고 제삿밥을 얻어 드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우리 형제들이 추석이고 설날이고 꼬박꼬박 이 할머니의 묘를 찾아가서 안부를 여쭙고 정성스런 음식을 장만해서 제사를 지내 드리고, 묘를 손질하고, 벌초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 할머니께서 살아생전에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래서 살아 있을 때 복 짓고 살 일입니다.
어머님께서는 유언으로 우리 형제들에게 우애 있게 살라 하셨고 세상에 복 짓고 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우리 형제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어머니의 그 유언을 충실히 따르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고, 다들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고 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하나라도 더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형제들이니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착한 형제들입니다.
우리 어머님께서는 지금부터 43년 전에 혼자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34년 전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 상여가 나가는 날, 상여 뒤에서 어머니가 통곡을 하던 모습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슬픔보다 어머니의 통곡하는 그 모습이 더 가슴 아팠던 그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되돌아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 저 위의 형이 중학교 2학년이었고,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제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찍 혼자가 되어 어린 자식들까지 키우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항상 부지런해야 했고 강인해야 했을 것입니다. 혼자서 어린 자식들 굶기지 않기 위해 어머니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내셨겠습니까.
그러다가 너무 힘이 들 때면 자식들 몰래 눈물을 자주 흘리셨던 어머니였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도 울고 자식들이 돈 달라고 떼를 쓸 때마다 울고... 하지만 어머니의 그 눈물이 35년이나 지난 지금도 우리 형제들을 바르게 키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와 형제들은 어머니를 평생 동안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벌써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이 살았던 세월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살고 있지만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싱싱한 꽃으로 우리 자식들 가슴에 살아 계시는 분입니다.
제가 세상을 살면서 부러운 것이 하나도 없는데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했고 지금도 부러워하는 것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부모님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느그들은 참 좋겠다. 얼마나 좋으냐…….’
그러나 괜찮습니다. 35년 동안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 가슴에 낮이면 해로 환생했다가 밤이면 달로 환생을 했다가 새벽이면 새벽별로 환생하는 그런 귀하디 귀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아! 이제 추석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달이 되고 별이 되신 어머니는 오늘도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어머니!’하고 속으로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괴어 나오는 그런 이름인 것 같습니다.
아! 어머니. 오늘도 몹시 그리운 날입니다.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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