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은혜 의원의 교육부총리 임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해 없는 집 자식도 신분상승을 꿈꿀 수 있었다. 신분의 사닥다리가 교육에 있었다. 그리고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서울대학교에는 여러 계층의 자녀들이 함께 어울려 다녔다.
그래서 그들이 군사정권 하에서 독재에 항거하기도 하고 민주와 정의를 부르짖기도 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하여 자신의 인생과 목숨까지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대가 서민과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신입생 중에서 강남이나 특목고 출신이 절대 강자가 되면서 서울대는 점점 서민과 관계없는, 부자들이나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서민들의 세금으로 보조하는 ‘국립’의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교육부총리가 새로이 취임하면 입시제도부터 손을 댈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입시제도는 그 속성상 자주 바뀔수록, 복잡하게 바뀔수록 고액의 사교육으로 입시 제도에 대비할 수 있는 계층에게 유리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수천 가지의 입시 전형을 그리고 수시로 바뀌는 전형을 서민들이 모두 알 방법은 없다.
기득권층은 고액의 사교육과 조기유학, 특목고 진학 등으로 손쉽게 자신의 자녀들에게 부와 권력을 대물림할 수 있는 반면에 학교교육과 동네 학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수시로 바뀌는 입시 앞에서 좌절과 절망만을 확인할 뿐이다.
해방 이후 총 16차례가 넘게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 내신, 학력고사, 수능, 자격고사, 대학 본고사 등 나올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나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가혹한 입시 경쟁을 해소한 적이 없다.
이번에 또 다시 입시를 바꾸더라도 전국 60만 수험생이 오로지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입시제도가 도입된다 할지라도 현재와 같은 입시 지옥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매년 서울대에 들어가는 학생 수는 수험생 가운데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출신들이 이 나라 대학교수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국회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법조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행정부 최고위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오직 서울대다. 정의나 정직이나, 올바름이나 선의나 공공질서가 아니라 오직 서울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나 학생들의 꿈은 하나 같이 의사요 판사요 교사요 공무원이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꿈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제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누군가는 강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힘을 가진 사람이 이 얘기를 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꾼다 할지라도 이러한 학벌사회의 틀을 바꾸지 못하면 어떤 입시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라도 입시지옥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때 지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물어야 한다. 뭐가 문제이고 뭐가 답인지를 계속해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의제를 꽉 틀어쥐고 해결이 될 때까지 놔주지 말아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고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도자가 이것의 상투 끝을 직접 잡아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긴장하고 기강이 잡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상적인 이론가나 비전문가인 정치인에게 이 중요한 분야를 맡겨서 국민을 실험대 위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대한민국을 원하지 않는다.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