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5-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9. 18. 06:45

 

톨스토이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5 


     

아브제이치는 양배추 수프를 마저 마시고 테이블 위를 치운 다음데, 다시 자리에 앚아 구두를 깁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어도,창 밖의 일이 염두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가 지나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두워지는 창빆을 내다보곤 했습니다. 낯익은 사람도 지나가고 낯선 사람도 지나갔지만, 특이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창문 맞은편에 멈춰 서 있는 사과 파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브제이치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사과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거의 다 팔아서인지 바구니에는 사과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으며, 그 대신 나뭇조각을 담은 부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있었습니다. 아마 어느 공사장에서 주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대가 너무 무거웠던지, 할머니는 다른 쪽 어깨에 옮겨 메려고 부대를 땅에 내려놓고 사과 바구니는 길바닥의 말뚝에 걸어 놓고는, 부대의 부피를 줄이려고 나뭇조각들을 추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부대를 추스르고 있는 동안, 해진 모자를 쓴 한 사내아이가 어디선지 갑자기 나타나, 별안간 바구니 속의 사과 한 개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달아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아챈 할머니는 홱 돌아서며 재빨리 아이의 소매를 움켜 쥐었습니다. 사내아이는 발버둥치며 어떻게든 달아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모자를 빼앗아 머리칼을 움켜 잡았습니다. 사내아이는 울부짖고,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구두 바늘을 바늘통에 꽂을 틈도 없이 바닥 위에 내팽개친 채 입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계단에서 발이 걸려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한길로 뛰쳐 나갔습니다.

할머니는 아이의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칼을 휘어 잡고 연방 욕을 퍼부으며 아이를 순경에게 데려가려 하였습니다 .아이는 달아나려고 몸부림치며, 발뺌을 하려고, "난 훔치지 않았어요. 왜 때려요, 놓아 줘요!"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는 말하였습니다. "용서해 줘요, 할머니. 그리스도의 은혜로 용서해줘요!" 아브제이치는 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놓아 줘요, 할머니. 이 아이도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짓은 안 할 테니까. 그리스도의 은혜로 제발 놓아줘요." 할머니는 사내아이로부터 손을 떼었습니다. 사내아이는 그대로 달아나려 했지만, 아브제이치가 못 가게 했습니다. "자, 할머니에게 사과를 해야지. 그리고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해선 안된다. 네가 훔치는 걸 보고 있었단 말야." 사내아이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래그래, 그럼 됐어. 그럼 이 사과 한 개를 네게 주마." 그렇게 말하며 아브제이치는 바구니에서 사과를 한 개 집어 사내아이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값은 치르겠어요, 할머니"하고 그는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놈을 너무 응석받이로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나쁜 아이를. 이런 놈은 절대 잊을 수 없도록 호되게 매질을 해줘야 해요"하고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할머니. 우리 인간의 생각으로는 그렇겠지만, 하느님의 생각은 그와는 달라요. 만일 사과 한 개의 일로 이 아이를 벌줘야 한다면 우리의 죄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리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브제이치가 반박하듯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아브제이치는 할머니에게, 주인은 소작인의 그 많은 부채를 완전히 말소시켜 주었는데 그 소작인은 그 길로 곧바로, 자신에게 돈을 빌어 간 사나이를 찾아가 그의 목을 조르려 했다는 성서 속의 비유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고 사내아이도 잠자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용서해 주라고 말씀하신 거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용서받을 수 없는 거요. 어떠한 사람이든 용서해 줘야 하지만, 생각이 모자라는 아이들 경우는 더욱 그래요"하고 아브제이치가 덧붙였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긴 그래요. 하지만 이놈들은 아무래도 장난이 너무 심해"하고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아이들에게는 우리 늙은이들이 가르쳐 줘야 합니다."하고 아브제이치는 말을 받았습니다.

 

"맞아요, 나도 그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게도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딸아이 하나만 남아 있죠"라고 말하며, 할머니는 지금 그 딸과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손자가 몇 명이라는 따위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난 힘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어린 손자들이 가엾고 또 모두 좋은 아이들이기 때문이죠. 아무도 우리 손자들처럼 나를 소중히 여겨 주진 않아요. 그 중에서도 아크세토카는 언제나 내 곁에서만 놀며 다른 데는 갈 생각도 하지 않아요. '할머니, 다정한 할머니, 제일 좋은 할머니!'하면서요." 이제 할머니는 기분이 아주 흐뭇해졌습니다. "뭐, 별건 아냐, 아이들의 일이니까, 제발 하나님이 지켜주시길!" 할머니는 사내아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부대를 어깨에 둘러메려 하자, 사내아이는 재빨리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메고 가겠어요, 할머니. 저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대를 사내아이의 어깨에 메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할머니는 아브제이치로부터 사과 값을 받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두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둘이 걸어가면서 연방 무슨 애긴지 서로 주고받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출처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글쓴이 : 비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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