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Part 3 -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9. 18. 06:44

 

톨스토이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3 

 

 

 

 

방금의 말을 꿈속에서 들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들었는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램프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브제이치는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하느님에게 기도를 하고는,

난로에 불을 붙이고 양배추 수프와 죽을 불위에 얹고 사모바르(러시아 특유의 물 끓이는 기구)를 준비한 다음,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창문 옆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앉아서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어젯밤 일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실제로 그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별거 아냐, 이런 일은 전에도 가끔 있었지.'

 

창가에 앉은 마틴은 일을 하기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본 적이 없는 신발을 신은 사람이 지나가면 발뿐만 아니라

그의 얼국도 알아보려고 몸을 웅크려 창밖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새로운 방한용 펠트 장화를 신은 저택 관리인이 지나갔고, 물을 운반하는 사나이가 지나간 다음,

줄무늬 진 낡은 펠트 장화를 신고 작은 삽을 손에 쥔, 니콜라이 1세,

시대의 나이 많은 군인의 모습이 창밖에 나타났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그 펠트 장화를 보기만 해도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스체파누이치라는 노인으로, 이웃 상인의 호의로 상인의 집에서 기거하게 된 늙은이였습니다.

이 노인에게는 저택 관리인을 돕는 일이 주어졌습니다.

스체파누이치는 아브제이치가 보는 앞에서 창 밑의 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그의 모습을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일을 계속했습니다.
"이런 나도 늘그막에 접어들어 아무래도 망령이 든 모양이군"하고

아브제이치는 스스로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스체파누이치가 눈을 치고 있는데, 나는 그리스도께서 납신 줄 알았으니까.

망령이 들어 버렸어, 이 늙은이가."

 

하지만 아브제이치는 구두를 열 바늘쯤 깁고는 또 창밖을 내다보고 싶어졌습니다.

결국 창밖을 흘끗 쳐다보았습니다.

이제 스체파누이치는 작은 삽을 벽에 세워 둔 채, 몸을 녹이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노인이라서 --몸이 아주 노쇠하여-- 아무래도 눈치기에도 힘이 부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브제이치는 생각했습니다.

'저 사나이에게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겠군. 삼바르의 물도 마침 끓고 있으니.'

아브제이치는 바늘을 꽂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모바르를 테이블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차를 넣은 다음 유리창을 똑똑 두드렸다.

스체파누이치가 돌아보고 창가로 다가오자 아브제이치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는,

문을 열어 주기 위해서 입구 쪽으로 나갔습니다.

"안으로 들어와 몸을 좀 녹여요. 바깥이 무척 추울텐데." 하고 아브제이치가 말했습니다.

"어, 고맙소. 뼈마디가 어찌나 욱신거리고 아픈지"하고 스체파누이치가 말하였습니다.

 

 

스체파누이치는 안으로 들어서자 몸의 눈을 털고,

바닥에 자국이 나지 않도록 발을 닦으려다 몸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습니다.

 

"무리하게 닦지 말아요. 나중에 내가 닦을 테니. 그런 건 내가 할 일이니 어서 이리로 와서 앉아요."하고 아브제이치는 말했습니다.


"자, 차라도 한 잔 들지요." 그리고 아브제이치는 잔 두 개에 차를 따른 다음,

하나를 손님에게 건네 주고 자신도 잔을 집어 들고 후후 불어 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스체파누이치는 차를 다 마시고는 잘 마셨다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더 마시고 싶은 눈치였습니다.

"자, 더 마셔요"하고 아브제이치는 말하며 자신의 잔과 손님의 잔에 다시 차를 가득 따랐습니다.

아브제이치는 차를 마시면서도 연방 한길 쪽만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누굴 기다리고 있소?"하고 손님이 물었습니다.

 

"누굴 기다리고 있느냐구요? 누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라고요.

기다리고 있다면 기다리고 있는 거고,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기다리고 있지 않은 셈이니까.

 

 

"실은 어떤 말이 가슴에 새겨져 떠나길 않는데,

그게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나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단 말이오.

간밤에 예수님의 이야기가 적힌 복음서를 읽고 있었지요.

예수님이 괴로움을 당하신 이야기며 사방을 돌아다니신 이야기를 읽고 있었거든요.

당신도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겠지요?"

 

"듣긴 들었지만, 아뭏든 눈뜬 장님이라 글은 읽지 못해요."하고 스체파누이치는 대답하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예수님이 이 지상을 돌아다니고 계시던 대목을 읽고 있었거든요.

즉 예수님이 바리새인의 집에 들르셨는데, 그 바리새인은 대접을 하지 않았다는대목을 읽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것을 읽고 난 후에, 나는 그 바리새인이 왜 예수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았어요.

 

 

출처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글쓴이 : 비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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