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2-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9. 18. 06:42

 

 

톨스토이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2 

 

 

 

 

그리고 그때부터 아브제이치의 생활은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이전에는 주일이면 그도 훌쩍 술집 따위에 들러 차를 마시거나 마음이 내킬 때면 보드카를 한잔 들이키곤 했었습니다. 낯이 익은 사나이와 한잔 들이키면, 몹시 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땠든 술집을 나설 때에는 기분이 썩 좋아져 쓸데없는 이야기로 흥겨워하곤 했었습니다. 또한 자주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엔지 그러한 일들로부터도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의 생활은 조용하고 기쁨으로 충만한 것으로 변해 갔습니다. 아침에는 빈틈없이 일에 착수하여 정해진 시간만큼을 일을 하고는, 벽의 램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성서를 펴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의미를 더 잘 알게 되고, 그에 따라 기분도 상쾌하고 즐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마틴이 밤늦게까지 성경 읽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누가복음>을 읽고 있었는데, 제6장을 읽고 있는 동안에 다음과 같은 구절과 마주쳤습니다.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 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고 하지 말라.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나에게 해주어라."


그는 다시 주께서 말씀하고 계시는 그 다음 구절을 읽어 나갔습니다.

 

"너희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하면서 어찌하여 내 말을 실행하지 않느냐?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 주겠다. 그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큰물이 집으로 들이치더라도 그 집은 튼튼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기초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큰 물이 들이치면 그 집은 곧 무너져 여지없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아브제이치는 이러한 말들을 읽고 있는 동안 점차 가슴이 기쁨으로 충만해 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안경을 벗어 책 위에 내려 놓고,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성경 말씀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나의 집은 어떨까? 반석 위에 세워졌을까?, 아니면 맨땅에 세워졌을까? 반석 위라면 그보다 더 고마울 게 없는데. 아뭏튼 이렇게 혼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아주 편해지고, 또 하나님의 말씀대로 해온 듯한 느낌이 들거든. 그런데 자칫 마음이 해이해지면 또 잘못을 저지르게 되겠지. 그러나 어떻게든 힘껏 이겨 나가기로 하자. 이는 아주 좋은 일이야! 주여, 나를 도와 주세요!'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책을 덮으려니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그 다음의 제7장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백부장의 이야기며 어느 과부의 아들 이야기, 두 제자에 대한 요한의 대답 따위를 읽고, 또 어느 부유한 바리새인이 주께 자기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시도록 청한 데까지 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죄인인 한 여자가 주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눈물로 그 발을 적시니, 주께서 그녀의 죄를 사하였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44절까지 나아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말씀을 계속하셨습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내 발을 닦아 주었다. 너는 내 얼굴에도 입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맞추고 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주었다.'

 

그는 이 구절을 읽고는 잠시 생각하였습니다. ----'너는 발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입맞추지 않았다. 머리에 기름을 발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브제이치는 안경을 벗어 책 위에 내려놓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바리새인은 아무래도 나와 같은 사나이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 역시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차를 실컷 마시고 싶다든지, 혼자만 편하게,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으며 지내고 싶다는 따위의 생각만 하고, 손님의 일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어.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여, 손님에게는 무관심했을 것야. 그런데 손님이란 누구인가? 주님 자신이 아닌가. 만일 내 집에 들르셨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양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얹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아브제이치는 어느 틈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마틴!" 갑자기 누가 그의 귓전에 대고 이렇게 부르는 듯했습니다. 마틴은 퍼뜩 깨어나 졸음에 취한 눈을 한 채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거기 누구요.?" 그는 입구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이번에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틴, 내가 너를 찾아가리라." 마틴은 완전히 잠을 깨어,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글쓴이 : 비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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