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6
두 사람이 떠나간 뒤 아브제이치는 자신의 가게로 되돌아왔습니다. 계단에서 안경을 발견했지만, 다행히 부서진 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큰 바늘을 집어들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일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날이 어두워져,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바느질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들어 보니, 점등하는 이가 한길의 가스등에 불을 켜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램프에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램프에 불을 켜 벽에 걸고는 다시 일을 했습니다. 장화 한 켤레를 완성한 후 그는 여러 방향으로 돌려가며 잘 살펴보았습니다. 썩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도구들을 치우고, 가죽조각을 쓸어 모으고, 실이며 바늘 따위를 제자리에 정돈하였습니다. 그리고 벽의 램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벽장에서 복음서를 꺼내었습니다.
그는 어젯밤 읽다가, 가죽 조각을 끼워 두었던 복음서 부분을 펼치려 했지만, 펼쳐 보니 다른 곳이었습니다. 성경을 펼치자 아브제이치의 머리에 어젯밤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해 낸 순간, 그에겐 누군가 자기 뒤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두운 구석 쪽에 사람들이 서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사람이 서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그의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마틴, 마틴. 자네는 나를 모르겠는가?". "누구요?" 하고 아브제이치가 물었습니다. "나야. 이봐, 나라니까" 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구석에서 스체파누이치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빙긋 미소짓더니 이내 구름처럼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나예요" 하는 목소리가 또 들렸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구석에서 갓난아기를 안은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는 미소짓고 있었고 갓난아기도 생글생글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들 역시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것도 나예요" 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할머니와 사과를 들고 있는 사내아이가 나타나 다가오더니 빙긋 미소짖고는 역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기쁨으로 가슴이 충만해졌습니다. 그는 십자를 긋고 안경을 끼고는, 펼쳐져 있던 데서부터 복음서를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그 면의 앞부분에 있는 다음 구절을 읽었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 면의 끝부분에 있는 다음 구절도 그는 읽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아브제이치는 꿈이 자신을 기만하지 않았으며, 이날 확실히 구세주가 자신이 있는 곳에 나타나셨고 또 자신이 구세주를 올바로 대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끝
'톨스토이 단편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5- (0) | 2018.09.18 |
---|---|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4- (0) | 2018.09.18 |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Part 3 - (0) | 2018.09.18 |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 2- (0) | 2018.09.18 |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Part 1 (0) | 2018.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