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저에게 삶의 지혜가 있다면 그중 절반은 어머니께 배운 것입니다. 못 먹고 못 살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에 다래끼가 자주 났습니다. 눈시울이 빨갛게 붓고 곪으면 이게 여간 고약하지 않습니다.
열이 나고 눈도 침침해진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친구 놈들이 놀리는 바람에 바깥출입을 삼갈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 나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처음 며칠 동안은 말이 없으십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낯바닥 칼칼히 씻고 오니라.”고 하십니다. 드디어 때가 된 듯싶습니다. 어린 내가 징징대고 싫다고 하면 “오늘 저녁밥 없다.”고 짧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나는 얼굴을 씻고서 어머니 허벅지에 누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는 단호하십니다. 곪은 대로 곪은 부위를 단 번에 눌러 고름을 짜낸 뒤 피가 나올 때까지 한 번 더 꾸욱 짜내십니다. 나 죽는다고 소리를 쳐도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도 없이 처치를 하십니다. 그런 뒤, 제게 꼭 이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고름이 살 안 된다.” …그날 저녁 밥상에 앉으면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당신 그릇에서 보리밥을 한 술을 푹 퍼서 내 밥그릇에 덜어 주셨습니다.
촛불집회 2주년입니다.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그 정부에 촛불시민은 적폐청산을 명령했습니다. 오랫동안 쌓여 온 생활쓰레기들을 깨끗이 치우고, 그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새로이 건설하라는 역사적인 책무를 맡겼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그 동안 열정적으로 이 일을 추진해 왔고 성과 또한 눈부십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적 상황은 그렇게 녹녹치 않습니다. 적폐청산을 하고자 했지만 적폐의 반발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경제가 조금 더디 갑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숨죽이던 자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세력화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급기야 촛불정신 자체를 훼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