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민의 자유로운 연대
<포럼 동행> 설립 취지문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입니다. ‘그의 몫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나의 몫’인데 누군가가 그것을 차지하고 있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이것은 ‘나의 자리’인데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그것을 바로잡으라고 힘을 준 것이 정치인데, 과연 우리는 그런 정치를 얼마나 겪어보았습니까.
많이 배운 사람들, 똑똑한 사람들이 잘 해주겠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에게 정치권력을 부여하고 ‘혹시나’ 하고 기다려 왔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역시나’ 하는 실망뿐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알아서 해 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우리가 함께 어깨 겯고 나서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포럼 동행>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포럼 동행>은 중앙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들을 것이 아니라 중앙을 향하여 지역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비가 오고 있는데 서울은 날씨가 참 맑다는 중앙방송만 계속하여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지역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사회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개 토론의 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첫째, 여수박람회장을 더 이상 저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는 여수를 여수 되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시민은 하나가 되었고, 시민정신은 한층 성숙해졌으며, 지역경제 또한 이를 기반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수의 자랑인 엑스포장이 여수의 흉물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수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중앙에 요구하는 공론의 장을 <포럼 동행>이 최우선적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지방의 정치가 바로서야 합니다.
지방정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걱정은 이미 우려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정과 부패 혐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방의회의 침묵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가 더욱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권력 자체를 시민이 키우고 그렇게 키워진 사람을 시민의 이름으로 지방의회나 지방행정에 진출시키는 ‘지방정치의 못자리’를 만드는 게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포럼 동행>은 바로 이 일을 통해 지방정치의 모범을 창출해 나가고자 합니다.
셋째, 경제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전제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가 공사를 시작한 게 1967년 2월이니까 산단은 지역과 함께 50년을 넘게 지내 왔습니다. 그간 산단이 지역경제에 끼친 공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산단이 드리운 그늘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환경 문제는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고, 대기업이 지역의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습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산단은 ‘국가산단’이면서 동시에 ‘여수산단’이라는 점을 공론화하며 중앙에 요구할 것은 중앙에 요구하고 산단에 요구할 것은 산단에 요구하는 공론장을 <포럼 동행>이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넷째, 여수는 ‘교육이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아직도 교육은 신분상승의 사닥다리입니다. 우리는 비록 고단하게 살지만 우리 자식만은 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시민들의 열망입니다. 대학입시를 둘러싸고 정시(수학능력시험)와 수시(학생부종합전형)의 논쟁이 뜨거울 때, 과연 중소도시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 유리한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입시제도도 중앙으로 대변되는 가진 자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정책을 토론하고 실천하는 공론장을 <포럼 동행>은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 밖에도 <포럼 동행>이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1948년에 여순사건이 일어났으니까 무려 7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날마다 얼굴 보는 이웃들과 아직도 일부에서는 반목하고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꿈꾸는데, 같은 지역에서 같이 사는 우리는 아직도 ‘진실과 화해’의 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럼 동행>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적 공론의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여순사건의 역사적 치유를 완전하게 해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중소기업은 지역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이고 자영업은 서민들의 마지막 생계수단입니다. 농업과 수산분야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수시민과 함께 이런 일들을 꾸려 나가고자 <포럼 동행>의 설립을 추진합니다. 함께하고자 하는 참여의 손길이 또 다른 참여를 만들어 내고, 더불어 나아가고자 하는 연대의 발길이 또 다른 연대를 만들어 내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 ‘여수’를 만들어 내는 기적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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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바로 여수의 주인이고, 여수정치의 주인이고, 여수경제의 주인이며, 여수교육의 주인이며, 여수역사의 주인입니다. 주인을 주인 자리에 모시려는 <포럼 동행>은 여러분의 참여와 연대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2018년 10월 일
깨어 있는 시민의 자유로운 연대
<포럼 동행> 실행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