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2. 26. 화요일2 / 뭐 어때?|김동호목사의 페이스북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2. 26. 화요일2
뭐 어때?
1.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생이었을 때 임택진 목사님은 나를 '성경 잘 오이는 아이'라고 부르셨었다. 이북 사람들은 암송한다는 뜻의 '왼다'라는 말의 발음이 잘 안 되어 '왼다'를 '오인다'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2. 우리 목사님 발음대로 난 오이는 걸 비교적 남보다 잘 했었다. 82년 영락교회 부목사가 되기 전 까지 난 수첩이 별로 필요없었다. 왠만한 건 다 암송이 되고 기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 이름을 물론이고 일정과 심지어 전화번호까지도
3. 영락교회 부목사가 되면서 갑자기 일이 많아졌다. 수첩에 기록하지 않으면 다 기억하고 처리할 수 없는 분량의 일들이 연속되었다. 할 수 없이 수첩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첩에 의존하면서부터 기억은 고사하고 입력이 불가해졌다. 거의 아무것도 기억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만큼 일이 많았다. 늘 분주했다. 정신 없이 분주했다. 그리고 그건 은퇴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오히려 점점 더.
4. 치앙마이에 오면서 생활이 단순해지기 시작하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수첩이 필요없게 되었다. 입력이 되는 것이다. 기억이 되는 것이다.
떼옥 멤 룻 아치 룽 나파손 미우 티샤
이번 목요일엔 뭘해야 하고 금요일에 어딜가야하고....
생활이 단순해 지니까 정신 세포들이 하나 하나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5. 콘도를 사서 그 수익금으로 장학사업을 하겠다니까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분들 이곳 치앙마이에 와서 뭘 하지? 정보지를 만들고 관광 일정도 짜드리고 이런 저런 경험들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짜야하는거 아닌가?
6. 그런거 말고 그냥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고 콘도에 있는 풀장에서 수영하고 헬스에서 운동하고 걸어서 2분 거리 맛사지 샾에서 맛사지 좀 받아보고 걸어서 5분 거리 빅씨 마트에서 장보고 밥해 먹고 가끔 맛 집 찾아 외식하고 주일 날 교회가고 시간 많으니 책도 좀 읽고 그게 더 좋은거 아닐까? 가끔 아주 가끔 치앙마이 구경 쬐끔 하고
이곳까지 와서 비행기 값 콘도 값 본 전 생각에 이곳 저곳 정신없이 싸(죄송) 돌아다녀야 할꺼라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지만 치앙마이 별로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다.
7. 뭘 꼭 하기 위해 비행기 값 콘도 값 쓰려하지 말고 톱니 바퀴에 끼어 정신 없이 돌아가던 세상 잠시 탈출하여 뭘 꼭 안해도 되는 삶을 위해 그 돈 좀 써봐도 좋은 거 아닐까?
For a simple life in chiangmai ! 이런 치앙마이 한 달 살아보기 어떨까?
8. 누구나 다 좋겠지만 나 처럼 평생 일만 하다가 은퇴하신 분들 자신에게 상 주는 마음으로 한 번 쯤 그래도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9. 콘도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생각은 벌써 천리 만리 저 멀리 앞장 서서 달리고 있다. 뭐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