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작은 일에 분노하고,
마음이 쓰이고, 불같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작은 일이 아니라 나를 무시하는 큰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들어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이 무시 받는 느낌이 들 때입니다.
이것은 직위가
높든 낮든 누구라도 같은 마음입니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존중해 주면
그 사람이 고맙게 생각되고 그 사람을
더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당연한 진리를 곧잘 잊고 삽니다.
그를 하대하면
내가 높아지는 줄 알고,
그를 함부로 대하면 내가 높은 자리에 있는 줄 압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가 GS칼텍스를 다닐 때
현장을 나가다가 회사 내 철길을 걸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날도 철길을 걸으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뒤에서
기차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기 앞에서 협력업체 직원 한 명이
저를 향해 두 팔을 크게 흔들면서 뭔가 고함을 지르며
제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 친구가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뒤에서 뭔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로 뒤 5m도
안 되는 곳까지 기차가 다가와 있었습니다.
저는 급하게 철길 밖으로 뛰어 나왔습니다.
만약에 2~3초만 늦었어도
저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그 때 저의 목숨을 살린 그 후배는
사는 형편이 어렵고 아주 착했던 사람이어서
제가 평소에 작업복이며 안전 도구며 저에게 남는 것이 있으면
아낌없이 주었던 사람입니다.
그 후배는 제가
위험하다는 것을 멀리서 보고서
길도 아닌 도랑을 넘고 험한 파이프 라인을 뛰어넘어서
기겁을 하며 저에게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이 세상에 내가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나,
쉽게 대해도 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오늘 누구를 만나든
그가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든
엊그제 입사한 말단 사원이든...
그를 깍듯이 위해주고
존중하고 귀하게 대접해 주어서
손해날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에게
그런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