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
- 보낸사람
-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9.11.0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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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
며칠 전이 아내 생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대형 사고였지요.
바쁜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작은 케이크를 들고 와서 촛불에
불을 밝히며 말했습니다.
“당신, 내 생일 잊었지요?”
“......”
“당신이 내 생일을 잊은 것 같아서
내가 케이크 사가지고 왔으니 얼른
생일 축하노래나 부르세요.”
제가 요즘 아무리 경황이
없다고는 하지만 참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괜찮다는 듯
내가 힘차게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로
용서해 주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서
“당신도 많이 변했네?”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토라지거나
화를 낼 법도 한데 아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내일은 아내 데리고 바람이나 쐬러 가야 하겠습니다.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오누이처럼 서로 닮아간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식성도 안 맞고
성격도 안 맞고 사사건건 부딪히다가
세월의 더께가 더해지면서 식성도 닮아가고 버릇도 닮아가고
성격까지도 서로 닮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눈매도 닮아가고,
입꼬리도 닮아가고 인상도 닮아가고 얼굴 모양도 닮아가고...
그러다 보면 서로 닮았다는 말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아내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남은 생을 살면서 최소한 남에게 욕은 얻어먹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익 앞에서 다른 사람을 앞지르지 말고,
나누고 베풀 때는 남에게 뒤지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것을 우리 부부의 자연스러움이 되자고 했습니다.
엊그제 같은 경우도 아내가
저의 잘못을 그렇게 보듬어주지 않았으면
자칫 ‘소리’가 나올 법한 일이었습니다.
미안함을 느끼게 하여
저를 반성케 한 아내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더 잘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입동입니다.
이제 겨울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기 바랍니다.
박완규 올림
- 보낸사람
-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9.11.0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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