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백록담은 바람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 사실 난생 처음 올라간 백록담이었습니다.
백록담을 보는 것은 저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습니다.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정상에 서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낭을 열고 김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김밥을 차에 놔두고 올라왔습니다.
1,950m의 산을 오르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겠습니까? 그런데 매점도 없는 정상에서 쫄쫄 굶게 생겼습니다.
아들과 저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어디 얻어먹을 곳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인심 좋게 생긴 아주머니 4분이 우리 가까이서 점심을 먹고 계셨습니다.
우리 부자는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저기... 귤 하나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귤 하나만 달라고 했습니다.
“도시락을 안 가지고 왔어요?” “네... 새벽에 김밥을 샀는데 차안에 두고 올라왔습니다.” “아이고.. 안 됐네... 그럼 이리 와서 우리랑 같이 먹어요...”
산에서의 인심은 제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우리 부자는 그 아주머니들 옆에 앉아서 그 아주머니들이 주는 주먹밥이며 된장국이며 오히려 아주머니들보다 더 많이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기분 좋게 그 밥을 얻어먹고 하산하는 길은 경치가 좋다는 관음사 쪽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힘든 코스였습니다.
생수도 떨어지고 쫄쫄 굶으면서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곷같은 아내가 그곳에서 꽃같이 웃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시원한 생수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들고서...
우리가 살면서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지나갔기 때문에 좋고, 내일은 새로이 올 것이기 때문에 좋고, 오늘은 무엇이든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이렇게 저에게 주어진 오늘을 사랑하려 합니다. 그러니 오늘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멋진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박완규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