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영천 추돌 ‘7명 사망·32명 부상’
경찰, 조사관 투입·결빙 관리 등 조사
습기·결빙·적설시 사망 비율 높고
확인 어려워 겨울철 대형사고 유발
“브레이크 금물…감속해서 통과해야”
경찰, 조사관 투입·결빙 관리 등 조사
습기·결빙·적설시 사망 비율 높고
확인 어려워 겨울철 대형사고 유발
“브레이크 금물…감속해서 통과해야”
지난 14일 새벽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이른바 ‘블랙아이스’로 인한 다중 추돌사고가 동시에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상행선에서 발생한 사고로 차량 8대에 불이 났으며,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거나 상처를 입었다.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비슷한 시각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사진은 추돌사고와 화재가 겹친 상행선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 등이 사고 수습을 하는 모습이다. 군위/연합뉴스
지난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각각 28중, 22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면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블랙아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 남해고속도로 17중 추돌사고, 2017년 일산대교 14중 추돌사고, 2016년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 16중 추돌사고 등 블랙아이스가 원인이 된 대형사고는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15일 상주~영천 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사고’와 관련한 조사에 들어갔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교통사고 조사관 20여명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며 차량의 블랙박스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사고가 난 고속도로는 민자도로로 관리회사에서 사전에 결빙 구간에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도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블랙아이스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도로가 투명하게 얼음으로 덮여 운전자 눈에는 얼지 않은 건조한 도로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 온도가 0도 이상이어서 비로 내리다가 영하인 지표나 지표 부근의 물체와 만나면 얼어붙는 때도 있고, 대기 중 온도가 0도 이하여도 얼지 않은 과냉각 물방울(수적)이 지표와 만나는 순간 얼어붙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난 14일 새벽에도 0.7㎜의 비가 내려 사고 현장 주변 도로가 얼어붙었다.
문제는 블랙아이스의 얼음층이 얇고 투명해 눈으로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블랙아이스에 ‘도로 위 암살자’ ‘도로 위 시한폭탄’ 등의 별명이 붙은 이유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14일 새벽 4시41분께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 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 상주기점 26㎞ 지점에서는 트럭 등 차 10여대가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잇따라 추돌했다. 이어 뒤따라온 차들이 차례로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사고 차는 순식간에 28대로 늘어났다. 이 사고로 차량 8대에 불이 나면서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비슷한 시각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운전자들이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 보니, 블랙아이스 등 미끄러운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의 최근 5년간(2014~2018) 교통사고상세통계(경찰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포장도로에서 발생한 사고(110만7932건) 가운데 노면 습기·결빙·적설 때 발생한 사고(11만3202건) 비율은 10.21%였지만,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2만1556명)의 14.33%(3090명)를 차지했다.
20여년째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석진규(45)씨는 “겨울철 한밤중이나 새벽에 블랙아이스를 만나면 정말 등골이 오싹한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아, 운전기사들이 가장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교통전문가들은 “도로에서 블랙아이스가 나타나 차가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절대 밟아서는 안 된다”며 “운전대를 똑바로 잡고 최대한 직진으로 구간을 빠져나가야 한다. 차량을 규정속도보다 20∼50% 감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블랙아이스가 깔린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제동 거리가 최고 9배까지 길어진다”며 “겨울철 교량이나 산기슭, 터널 주변 등을 지날 때는 급제동, 가속, 핸들 조작을 하지 말고 저속으로 운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