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결빙 인지 어려워…교량·터널·산기슭 인근은 꼭 서행해야"
내륙 곳곳서 블랙아이스 교통사고…상주-영천고속도로서 7명 사망
내륙 곳곳서 블랙아이스 교통사고…상주-영천고속도로서 7명 사망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불에 탔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겨울철 도로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블랙 아이스'(Black Ice)는 운전자가 맨눈으로 사전에 인식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도로 위 암살자'인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결빙 의심 구간을 최대한 미리 파악하고 그곳에서 속도를 꼭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겨울철 영상 기온이라고 해도 교량이나 산기슭, 터널 등 그늘이 많이 지는 곳은 일반도로보다 기온이 3도가량 낮기 때문에 얼음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요즘 도로는 산을 깎고 교량을 이어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가 생길 수 있는 지역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며 "고속도로 교량 커브 구간 등을 주행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 아이스가 깔린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제동 거리가 최고 9배까지 길어진다"며 "급제동, 가속, 핸들 조작을 하지 말고 저속으로 위험 구간을 빠져나가는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인규 충북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도 "블랙 아이스의 마찰계수는 0.5 이하로 눈길보다 6배 정도 더 미끄러워 매우 위험하다"며 "차가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저속 운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석 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은 "당국이 교량이나 터널, 산기슭 인근 도로에 운전자에게 결빙 위험을 알리는 표시판을 적극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블랙 아이스 빈발 지역 도로에는 열선을 깔거나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4시 41분께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곡선 구간에서 블랙 아이스로 인한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비슷한 시간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같은 이유로 차량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충북에서도 이날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5시 28분께 영동군 심천면 4번 국도를 달리던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면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기사 A(60)씨 등 2명이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8시 20분께는 충북 음성군 생극면 도로에서 빙판길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갓길에 정차 중이던 경찰 순찰차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들이받아 경찰관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충북경찰청은 이날 오전 충북에서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총 22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7번 국도에서는 엑센트 승용차가 거진∼간성방면으로 운행 중 결빙된 도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차량 5대 연쇄 추돌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고성군 간성읍, 죽왕면, 토성면 일대 7번 국도에서도 출근길 크고작은 추돌사고가 잇따랐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