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박완규]

한 해의 끝자락에서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9.12.30 22:56 

               

한 해의 끝자락에서      손에 계란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계란을 깨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안에서 깨고 나오는 방법과 밖에서 깨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깨느냐에 따라 생사가 달라집니다. 안에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밖에서 깨면 후라이가 됩니다.   후라이가 되지 않고 병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스스로 깨야 합니다. 내가 안 깨면 다른 사람이 나를 깨게 됩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나요? 후라이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겨우 남의 입이나 즐겁게 하는 후라이 말입니다. 살아보니 ‘삶이란 것이 살아보니 이렇더군.’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연령에 이르렀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여전히 미숙하고, 여전히 관계 맺기에 서툴고, 또 여전히 망설이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 해가 다하는 이 순간에 저의 손을 들여다보며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남은 삶도 누가 저의 인생을 물으면 저의 손을 펴 보이며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오늘 저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루 종일 걸어서 일몰이 지는 곳으로 걸어 갈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해를 배웅해주려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한 해 동안 태양 빚을 진 사람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아마 30km를 넘게 걸을 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내년을 위한 다짐도 하고 잊을 건 잊고 내년을 위한 좋은 생각 많이 할 생각입니다. 올 한 해 주저리 주저리 저의 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appy New Year to one and all!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