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김산하의 청개구리] 청개구리 시대정신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21. 07:49

[김산하의 청개구리] 청개구리 시대정신

등록 :2020-07-19 16:40수정 :2020-07-20 15:00

 

김산하 ㅣ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날씨를 언급하며 대화의 문을 열기. 세상 어디서든 통하는 보편적인 사회 공식이다. 다만 오늘날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거의 대부분 불만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날씨에 대만족하며 인사를 건네는 날이란 정말 일 년에 얼마 안 되는 느낌이다. 오히려 그게 더위든 추위든, 비든 가뭄이든 뭔가 좀 과하다는 호소가 일반화되었고, 그와 더불어 갈수록 심해지는 날씨의 ‘폭정’에 대항하며 함께 견뎌내고 있다는 연대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잘 알다시피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날씨가 이 지경이 된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지난 30년 동안 살았던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탄소배출량 7위를 자랑하는 한국과 같은 고배출 국가에서 사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냉방기를 끄는 시점과 난방기를 켜는 시점 사이가 채 며칠도 되지 않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생각하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순수한 피해자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것은 물론 미래 세대와 영문도 모른 채 고생을 감내하는 동식물들이다.

 

그중에서도 개구리는 특기할 만하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동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광부들이 독가스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탄광 속으로 날려 보냈던 카나리아처럼, 피부호흡과 수륙 양서 생활사가 특징인 개구리는 온몸으로 그가 속한 생태계의 건강상태를 표현한다. 그래서 이들을 지표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 지구의 상태가 보인다. 그런데 제대로 보려면 우선 내가 무엇을 보는 건지 알아야 한다.

 

눈앞에 두고도 모를 때가 있다. 최근에 한국에서 청개구리 새 종이 발표되었다. 익산을 비롯한 금강유역 습지에서 발견된 노랑배청개구리이다. 아니 요즘에도 한국에서 신종이 발견되다니.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냐고? 벌건 대낮에, 우리의 무지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약 30년 전만 해도 한국엔 1종의 청개구리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1980년에 수원청개구리, 그리고 올해 노랑배청개구리가 확인되면서 총 3종으로 늘어났다. 얼핏 비슷해 보여 같은 종으로 봤던 것을 유전적 분석을 통해 별도의 종으로 구분하게 된 것이다.

 

무수한 자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지낸 지난 30년의 세월. 눈앞에 두고도 몰랐다가 최근에야 ‘발견’한 청개구리처럼 우리는 우리의 무지 뒤에 숨어 지내왔다. 그래도 청개구리는 최소한 진짜로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어가는 기후변화와 그에 대해 우리가 거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의도된 외면이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묻는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알려진 이래로 이것 하나만큼은 우리 사회가 변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온 적은 없다.

 

동화 덕분에 청개구리는 모든 걸 거꾸로 하는 존재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지구의 현 상황을 삶에 투명하게 반응하고 표현하며 자연환경의 쇠락에 따라 자신도 사라지는 순로(順路)의 동물이다. 매사에 반대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가장 절실할 때에 가장 필요한 행동 대신 오히려 탄소배출을 계속해서 늘리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줄기차게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관성대로 굴러가는 세상이기에 동화 속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 이제 더욱 절실하다. 시류에 저항하며 위기를 향해 치닫는 것과 반대 방향의 목소리를 내는 자가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청개구리 정신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시대를 살면서 매일 날씨를 접하며 떠올려야 하는 시대정신이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연재김산하의 청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