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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울 같은 사람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23. 20:44

내 거울 같은 사람

 

 

 

 

 

 

 

어제는 제가 아끼는 후배 부부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으로는 무척 선한 사람들이고 가정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문제없이 잘 사는 부부라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심하게 다투는 부부입니다.

저 앞에서도 둘이 오가는 말이 거칠었습니다. 그럴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그 모습에 내심 놀랐습니다. 저에게 얘기를 할 때는 다소곳이 얘기하다가도 서로에게 얘기할 때는 말끝마다 가시가 돋아있었습니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제 앞에 오기까지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자녀들까지 부모 속을 썩이는 눈치였습니다.

 

“허구헌날 술 마시고 들어오면서 당신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도 마실 수 있지. 그런다고 날마다 그렇게 인상을 쓰면서 남편을 맞이하냐?”

 

“내가 힘들어 하는 줄 뻔히 알면서 당신이 언제 한 번이라도 나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 봤어?”

 

“당신만 힘든 줄 알아? 나는 너보다 백배는 더 힘들어!”

 

여름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창가에서 그 부부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습니다. 커피 맛이 무척이나 썼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말을 멈췄습니다. 저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이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커피들 마셔?”


“네...”

“그동안 둘 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

그 자리에서는 후배인 남편을 한참 동안 나무랐습니다. 이럴 때 여자인 제수씨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가정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부에게 몇 가지 다짐을 받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3일은 가족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할 것.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부부 싸움이나 말다툼을 하지 말 것. 서로에게 말할 때는 최대한 정감있고 공손하게 말할 것.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더욱 그렇게 할 것.

 

이 세 가지만 약속해 달라고 했고 부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모 탓이라 했습니다. 부모의 잦은 다툼이나 불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겠냐고 했습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거울입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내가 웃으면 거울 속에 있는 내가 웃고, 거울 앞에 있는 내가 인상을 쓰면 거울 속에 있는 나도 인상을 씁니다. 부부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내가 인상을 쓰는데 거울 속의 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남편의 성격이 아내의 성격이 되고, 아내의 성격이 남편의 성격이 되고, 그 부모의 성격이 아이들의 성격이 된다고 했습니다.

 

좋은 배우자 옆에 좋은 배우자 있고, 못된 배우자 옆에 못된 배우자 있다고 했습니다. 성질 못된 남편이나 신경질적인 아내 옆에는 더 성질 못된 남편이나 아내가 있더라고 했습니다.

 

부부의 갈등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운한 감정들이 쌓여서 갈등의 골도 그만큼 깊어졌겠지요. 부부는 서로에게 거울이라는 사실을, 내가 공손해야 아내도 공손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할 때, 상사의 온갖 모욕도 다 참아낸 우리가, 거래처의 말도 안 되는 갑질도 웃으면서 다 참아낸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의 비위 하나 못 맞춰서야 되겠습니까.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