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타이타닉·코스타호 참사 비교
코스타호 선장, 세월호 선장 판박이
가장 먼저 피신해 2697년 구형
타이타닉호 선장은 끝까지 구조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요.”(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
“그래서 뭐. 어두워졌으니 집에 가고 싶다고? 사다리 타고 뱃머리로 올라가서 보고해. 배에 사람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뭐가 필요한지. 당장.”(해안경비대장)
2012년 1월13일 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리보르노의 해안경비대장은 침몰 중인 유람선에서 승객보다 먼저 빠져나온 선장 스케티노에게 당장 배로 돌아가라고 호통쳤다. 이날 4252명을 태운 호화 유람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토스카나주 질리오섬 해안에서 침몰해 32명이 숨졌다. 승객 구조를 지휘해야 할 선장은 구명보트를 타고 먼저 도망쳤고, 배로 돌아가라는 해안경비대장의 명령도 따르지 않았다.
대형 사고 때 배의 리더인 선장의 대응은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코스타콩코르디아호 사건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여러 모로 닮았다. 사고 당시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부딪혀 선체가 흔들리고 전기가 나갔는데도, 선원들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만 했다. 이윽고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접시가 깨지고, 사람들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배를 탈출하라는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30분 전까지도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객실로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스케티노 선장은 결국 충돌 뒤 한시간여가 지나고서야 “배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배가 20도 넘게 기울어 구명보트를 정상적으로 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 젊은 승객들은 물에 뛰어들어 가까운 섬으로 헤엄쳤지만, 승객 32명이 숨졌다. 사고 한 달 뒤 이탈리아 검찰은 스케티노 선장에게 숨진 승객 1명당 8년형에 더해, 승객을 버린 책임까지 1명당 8년형 등을 적용해 합계 2697년형을 구형했다. 스케티노 선장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선장의 과실은 컸지만, 사고 당시 해안경비대가 선장에게 배로 돌아갈 것을 명령한 것은 ‘선장이 구조를 책임져야 한다’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호에서는 선원들이 유니폼을 입은 채 가장 먼저 배를 빠져나왔고, 해경이 이들을 가장 먼저 구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조대 잠수요원이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뱃머리만 나온 세월호에서 수색작업을 마친 뒤 배에 오르고 있다. 진도/뉴스1 |
선박 사고는 아니지만, 지도자의 임기응변으로 ‘기적’이 일어난 사례는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유에스항공 사고다. 155명을 태우고 가던 이 여객기는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모두 멈추자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기장인 체슬린 슐렌버거는 인구 밀집지역인 맨해튼을 피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했는데, 그의 침착한 대응으로 탑승자 전원이 구조됐다. 슐렌버거 기장은 마지막까지 객실에 두번이나 들려 모두가 구조됐는지를 확인한 뒤 비행기에서 내렸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선장이 배에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선장은 배와 승객들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도 국제해사기구에 가입한 국가 중 하나다.
조기원 손원제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