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은 이번 사고가 운항 중 뱃머리를 갑자기 돌리는 바람에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급하게 방향을 튼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가 침몰할 정도로 무게중심이 무너진 건 비정상이다. 그리된 것은 배에 실린 화물과 트럭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급선회하면서 대형 트레일러들이 쓰러지고 컨테이너 등이 잇달아 쏟아지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출항 전 화물 무게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적재한도를 넘겼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엄격한 점검과 안전 우선의 원칙이 무시된 것이다.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근본 원인도 있어 보인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1994년 건조돼 이미 퇴역한 낡은 배다. 이런 배가 수입돼 취항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앞세워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린 때문이다. 더구나 세월호는 건조 직후 이미 589t을 증축했는데,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객실을 증축해 239t을 늘렸다. 무리한 구조 변경으로 평소에도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니 이번 같은 급선회 때 복원력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편법은 애초 발붙일 수 없었을 터이다.
운항 과정에서의 안전불감증은 더하다. 세월호는 급선회 당시 17.5노트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속도에서 뱃머리를 크게 틀면 세월호보다 더 큰 배도 기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사고 해역은 권고 항로를 벗어나 있다. 의외의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데도 과속을 한 것이 2시간 정도 늦은 출항을 벌충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배를 가볍게 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배 아래의 평형수 탱크를 비운 탓에 기울어진 배가 복원력을 못 찾고 속절없이 넘어졌다는 말도 있다. 사실이라면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 무신경이 무섭다.
어린 고등학생 등 승객들은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무책임의 극치다. 사고 때 선장이 배에 남아 끝까지 구조에 필요한 조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은 선원법에 규정돼 있다.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은 승조원의 의무이고, 안전관리 규정과 절차도 있다. 그런데도 선장과 대다수 승무원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자신들만 배를 떠났다. 승무원들이 그 시간에 구명뗏목을 내놓고, 복잡한 배 안에서 혼란과 공포에 빠진 승객들을 안내해 대피시켰다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승객들을 내팽개친 이들의 모습에선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원칙을 무시하고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돌려온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야만을 거듭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