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아버지의 유언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5. 23. 08:05

5월의 묵상

야곱이 아들들에게 일렀다. "나는 곧 세상을 떠나서, 나의 조상들에게로 돌아간다. 내가 죽거든, 나의 조상들과 함께 있게 헷 사람 에브론의 밭에 있는 묘실에 묻어라.” -창49:29-

 

     제 아버지는 한의사가 왕진 후 바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유언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유언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제게 들려주신 말씀은 “내가 마지막으로 네 아버지에게 들은 말은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리운 모습으로 한 말이 마지막이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보고 싶지만 그가 뜻을 이루기까지 집으로 부르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때 미국에서 학위과정에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님의 부음을 들은 것은 소천 두 달 뒤였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목사님과 두 달 뒤에 추도예배를 드리며 울음을 삼켰습니다. 그 때 제가 떠올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제가 초등학생 때 학교 귀가 길에 홍수에 덮인 길을 걷다가 익사해서 죽을 번하다 살아나서 돌아 왔을 때 기뻐하시던 모습, 중학교 때 제가 전신주에서 감전되어 실신했을 때 저를 울면서 엎고 뛰었다는 이야기 속의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를 포함 연년생의 애들 셋을 아내와 함께 시골 교장 관사에 사시는 아버님 댁에 맡기고 대학 편입을 결단했을 때 어머님이 저를 위해 기도하러 처음 교회에 나가시겠다고 한 말을 듣고 아버님은 아들이 단행한 혁명전선에 당신도 뛰어들 테니 걱정 말라고 아내를 위로하셨다는 말들이었습니다.

 

    1978년 6월 20일 저희는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텍사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년 만에 재직하던 대학의 학비 지원이 끊겼기 때문에 자력으로 학비를 조달할 능력이 없으면 귀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텍사스의 아내 친구가 그곳에 오면 여자도 월 1,000불 정도의 수입은 가뜬히 보장 받을 수 있으니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삿짐을 다 싸서 차에 싣고 댈러스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한 부 수입이 사실이면 그곳에 머물러 학위를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귀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이 51세에 귀국하면 학위는 포기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여행 중 하룻밤을 쉬는 동안 우리는 집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 두 통을 그때야 뜯어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동생에게서 온 것이고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었습니다. 동생의 편지는 아버님 병세가 위중하니 빨리 귀국하라는 것이었고 어머님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내가 손자들을 돌볼 테니 너는 미국에 가서 남편을 도우라고 보냈는데 이제는 네 애들이 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진학지도도 어렵고 특히 큰 딸은 등교 시 가끔 빈혈로 쓰러지기도 하니 책임을 못 지겠다. 너라도 돌아올 수 없겠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댈러스에 도착하면 바로 귀국 준비를 하자고 제 결심을 아내에게 말했는데 결국 거기서 학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어 드린 것일까 아니면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자식일까 하고 아버님의 기일이 되면 해답을 받지 못한 이 변명을 되풀이합니다.

 

기도:

하나님, 꼼꼼히 성경공부를 하시며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다 가신 아버지를 기억해 주십시오. 아멘.

 

1971년 10월 26일 단편집 '아시아제' 출판기념 때

부흥회에 나가서 꼼꼼히 정리한 아버지의 노트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메모 :
할렐루야! '보고싶은 사람' 아들을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하신 장로님의 아버지의 "오래참음"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저도 눈 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감동의 글과 자료를 보여주심을 깊이 감사 드립니다.

 
은혜 14.05.24. 06:01 new
감사합니다.
 
 
bockbier 14.05.23. 10:31
무언가 말로 편을 들어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완전 똑 같습니다.
 
은혜 14.05.24. 06:02 new
자주 들리시네요. 감사합니다. 6월 8일이 아버지의 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