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천 원짜리와 자존심 대결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12. 15. 10:07

천 원짜리와 자존심 대결|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6 |추천 0 |2015.12.14. 15:40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51 

 12월의 말씀 산책

  

나아만은 아람왕의 군대 장관으로 왕 앞에 크고 존귀한 용사로 왕의 총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병환자였는데 어떻게 해서 나병으로부터 깨끗함을 받았는가?

그는 이스라엘에서 노예로 데려온 계집종이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 엘리사에게 가면 병을 나을 수 있다고 읊조리는 말을 듣고 적국인 사마리아로 가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한 나라의 장군이 자기 집 하녀의 말을 믿고 왕에게 허락을 받아 먼 나라까지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병이 너무 중했기 때문에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을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사마리아 땅에 가자 선지자 엘리사는 그를 맞아 주지도 않고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고 사환을 시켜 말했다. 이것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수행한 종들의 말을 따라 요단강 물에 몸을 일곱 번 씻어 선지자 엘리사의 말을 순종했더니 나병에서 나음을 받은 것이다. 나아만은 자기의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어린 계집종과 부하직원의 말을 따랐을 뿐 아니라 선지자의 무례함까지 참았다는 것은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경로사상을 고취해서 65세가 넘으면 으레 존경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나는 나아만 장군 같은 존귀한 자리에 있어보지 못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나이를 먹었다고 존경을 받고 있으며 좌석도 양보해 받고 전철도 무료로 타고 경로잔치에 초대를 받는 일에 익숙해진 상태다. 그런데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길 곁 동사무소에 들려서 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시골 선산을 관리하기 위한 극히 작은 농토가 있었는데 이것을 처분하면 어떨까 해서 토지대장을 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사무소에 들려 토지대장을 떼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 직원이 고갯짓으로 밖에 나가면 무인민원 발급기가 있는데 거기서 발급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수속을 할 필요 없이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는 신기한 기계를 발견하여 참 세상도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며 밖에 나와서 시작 단추를 누르고 초기화면에서 토지대장을 클릭했더니 요금 천 원을 넣으라는 창이 떴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졌더니 천 원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사소한 돈이어서 직원에게 돈을 안 가져왔는데 좀 빌려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가까우면 집에 갔다 오고 아니면 다음날 와서 발급받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손녀 같은 얘에게 거절당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고 싶어 차용증이라도 써줄 테니 천 원 좀 빌려 달라고 했다. 노숙자에게도 줄만한 돈인데 좀 빌려 줄 수 없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차용증은 필요 없다고 천원지폐 한 장을 주는데 거지가 된 것처럼 처량한 기분이었다. 경로라고 무조건 존경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헛된 자만심을 갖고 살면 상처 받는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그 돈을 돌려주러 가야겠다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는 그 직원이 못됐다면서 책상 위에 돈을 땅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 오라는 것이었다. 나아만 장군처럼 용맹을 떨쳐서 가진 명예도 아닌데 나이만 들었다고 대접 못 받아 분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봉투에 천원을 넣어서 가지고 갔다. 그러나 나는 가서 땅 소리 나게 그 봉투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친절히 흰 봉투를 전하고 돌아섰다. 나는 나아만 장군처럼 명성 있는 사람도 아니며 겨우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뿐인데 젊은 어린 사람들에게 존경 받을 생각을 하면 되겠느냐고 자신에게 말했다. 그들은 자기의 잘못도 아닌데 이 세대에 태어나서 갑자기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자 부양의무가 늘어난 불쌍한 세대들이 아닌가?

지금은 천 원짜리로 노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그 소녀와 자존심 대결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담뱃대를 물고 삼강오륜을 가르칠 때가 아니며 오히려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때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섰다.

노인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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