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화환 앞 한복입은 이)가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큰딸 결혼식에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2009년 6월 박순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입장문을 냈다.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일부 언론에 의해 논란이 된 것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며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큰딸 결혼식을 했는데,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북적였다. 축의금 줄이 50m를 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집권당 최고위원이라면 공동체의 정서와 현실을 고민하는 게 마땅하다는 비판 사설도 등장했다.
힘 있는 정치인 자녀의 결혼식은 입길에 오르기 마련이다. 처신에 따라 미담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세 자녀를 ‘도둑결혼’시킨 미담의 주인공이다. 외교부 장관 시절 큰딸과 막내딸의 혼사를 주위도 모르게 끝냈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인 2009년 5월엔 외아들 결혼식도 비밀리에 치렀다.
반면 2014년 10월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아들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었다. “돌린 청첩장은 20여개뿐”이라 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여야 유력 정치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친박 실세가 총출동했다. 그나마 축의금을 받지 않아 비난은 좀 누그러졌다.
지난 주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이 서울 삼청각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 외에 모든 화환을 돌려보낸 게 미담처럼 그려졌다. 동문과 지인 몇몇에게만 청첩을 했다는데,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이 줄지어 찾아왔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추 대표의 공천장을 받고 6·13 국회의원 재보선에 당선된 11명을 비롯한 의원 다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당 대표가 청첩을 내고 딸 결혼식을 해야 했냐”는 비판이 나왔다. 축의금까지 받은 건 지나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축의금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공개 의무는 없다. 다만 축의금을 사회에 환원한 유명인이 적지 않다는 걸 추 대표도 잘 알 것이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