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스크랩]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Part 1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9. 18. 06:41

 

톨스토이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Part1


 

 

 

어느 마을에 마틴 아브제이치라는 구두 수선공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살고 있는 방은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작은 지하실이었습니다. 그 창문은 한길로 나 있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유리를 통해 훤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건 발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틴 아브제이치는 신발만 봐도 그것이 누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근방에서 그의 손을 한두번 거쳐 가지 않은 신발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구두창을 갈아 주거나 가죽 조각을 대어 기워 준 곳도 있고 , 때로는 표면의 가죽을 몽땅 새것으로 갈아 준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따금 이 창문을 통해, 자신의 손을 거쳐간 신발들과 마주치곤 했습니다.일거리는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브제이치는 일을 꼼꼼하게 하고 재료도 좋은 걸 사용하면서도 제 값만 받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켰기 때문입니다. 기한내에 끝내 줄 수 있을 것 같같으면 일을 맡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경솔히 떠맡지 않고, 끝낼 수 없다고 분명히 미리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순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늘그막으로 접어들면서 그는 자신의 영혼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하느님과 더욱 가까와졌습니다. 마틴이 이전 장인(匠人) 밑에서 도제수업을 받고 있을 때에, 그의 아내는 세 살 먹은 사내아이 하나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전에 모두 죽어 버린 것입니다. 마틴은 처음에 이 사내아이를 시골의 노이동생에게 맡기려 했지만, 차차 아버지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어, '우리 카피토시카도 남의 집에서 자라기는 괴롭겠지, 내가 데리고 키워야지'하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아브제이치는 주인의 집을 나와 따로 방을 구해 어린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제이치에게 자식복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사내아이가 겨우 성장하여 아버지의 일을 도와 줄 수 있게 되고 앞으로는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카피토시카가 갑자기 병이 들어 자리에 드러눕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쯤 열병을 앓다가 그대로 어이없이 죽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마틴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는 풀이 죽어 버렸습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마틴은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쓸쓸함을 못 이겨 하나님에게 몇 번이고 죽음을 간청했고, 자신과 같은 늙은이를 데려가시지 않고 귀여운 외아들의 목숨을 앗아 가셨다며 하나님을 비난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트로이차에서 온 ----이미 7년 동안이나 순례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 같은 고향 사람인, 자그마한 노인이 아브제이치의 집에 들렀습니다. 아브제이치는 점차 이야기에 열중하여, 그 노인에게 그만 자신의 슬픔을 하소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요, 아저씨,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빨리 죽고만 싶어요. 그래서 오직 죽기만을 하느님께 기원하고 있지요. 이젠 이 세상에 아무 희망도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러자 노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자네 말은 옳지 못해, 마틴. 우리는 하나님의 일에 대해 시시비비해선 안 돼. 세상일은 우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거니까. 자네 아들은 죽도록, 또 자네는 살아 있도록 정하신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야. 결국 그편이 좋은 것이겠지. 그런데 자네가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은, 요컨대 자네가 자신의 기쁨만을 위해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럼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합니까?" 하고 마틴은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마틴,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야 하네. 자네이게 생명을 낼 주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니까, 한ㅡ님을 휘해 살아가야 하네.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게 되면, 그 때는 슬퍼할 일이 없어질 것이며, 모든 일이 순조로와질 걸세." 마틴은 잠시 잠자코 있더니 이렇게 물었다. " 하지만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가는,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셨네. 자네 글 읽을 줄 알지? 그러면 복음서를 사서 읽어 보게.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것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걸세. 어떤 일이든 거기에 모두 씌어 있으니까."

이러한 말들은 아브제이치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날 바로, 큰 활자로 인쇄된 신약성서를 사 가지고 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브제이치는 처음에는 주일에만 읽을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어쩐지 마음이 아주 편안한 듯한 느낌이 들어, 그 후로는 매일 읽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읽는 데 너무나 열중하여, 램프의 석유가 닳아 버린 것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이리하여 아브제이치는 밤마다 성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님이 자신에게 바라고 계시는 게 무엇인지를,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는 더욱 마음이 가벼워져 갔습니다.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한숨을 쉬거나 신음하며 아들 카피토시카의 일만을 생각하곤 했지만, 이제는 "주여, 주님께 영광을 ! 무슨 일이나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하며 주를 찬양할 뿐이었습니다.  

출처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글쓴이 : 비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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