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은퇴자가 구하는 것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4. 6. 17:12

4월의 묵상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개역개정).-사40:31-

 

저희 대학의 은퇴교수는 80여 명인데 저는 성지회(은퇴교수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임 회장이 임기 2년을 못 채우고 서울로 이사를 해서 흔히 맡기 싫은 감투는 그렇게 하듯 참석자들의 박수로 저를 치켜세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벌써 4년째입니다. 대학 총장이나 교무위원은 다투어 하려 하던 사람들이 먹이 깜을 다투어 먹고 난 거위들처럼 뒤뚱거리고 자기 처소로 가버려서 지금은 돌아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렇게 관심 밖에 있는 성지회(聖志會)를 섬길 필요가 있을까요?

은퇴 후도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스승의 날마다 버스를 동원해 은퇴 교수들의 문화 탐방을 주선해 주는데 이를 상의할 주체가 필요합니다. 대학이 은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은퇴 교수들에 대한 예우를 논의할 때도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지회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소식을 전하며 회칙을 만들어 회의 소집도 합니다. 금년에도 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총무가 각 집에 우편으로 소집 공고를 내고, 제가 이멜을 보내 참석 여부를 물었습니다. 회신이 없어 손전화로 문자를 보냈으나 그래도 회신이 많지 않아 식당에 회의실을 예약하지 못하고 홀에 예정 인원으로 장소를 예약하여 14명으로 총회를 했습니다. 이때 저는 회장을 두 번 중임했으니 내년 3월에는 반드시 새 회장을 뽑아주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회원들에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5월 성지회 문화탐방은 회장단이 행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는 다 타버린 촛불처럼 힘이 없습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질서에서 무질서, 낮은 확률에서 높은 확률) 방향으로 일어난다는데 제 안에서도 열정은 점차 살아져 가서 젊었을 때처럼 의욕이 솟아나지 않습니다. 이는 가역(可逆)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힘을 얻지 않고는 열정이 솟아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깨달고 결심한 것은 사람을 의지할 생각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의지하고 주시는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는 것입니다.

 

한편 제가 감사한 것은 힘이 없어져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 일을 맡으면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작당하여 악한 계교를 꾀하는 일도 없으며 잘못 되면 남에게 책임전가를 할 세상적인 생각도 없으므로 대통령이나 장관들처럼 욕먹을 일도 없습니다. 은퇴자는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고 밖으로부터 새 힘을 주시도록 은혜를 사모하는 일 뿐입니다. 그러나 은혜는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제가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주셔야 얻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은 하나님께서 생기를 주시도록 마음 문을 열고 기다리는 일입니다.

말라버린 뼈 같은 저희에게도 주께서 생기를 불어 넣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기도:

하나님, 모든 속된 욕심을 버리고 주님만 의지하오니 자비를 베푸시고 마지막 날까지 주를 섬기게 해 주십시오. 아멘.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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