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4424

누구에게라도 묻고 의논해야 [박석무]

제 1178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누구에게라도 묻고 의논해야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아는 일보다는 모르는 일이 더 많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그때는 필패에 이르고 맙니다. 그래서 옛날의 어진 이들은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습니다. 『논어』의 ‘불치하문(不恥下問)’ 네 글자는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아무리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라도 모르는 일은 반드시 물어서 행해야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시경(詩經)』대아(大雅)에는 ‘순우추요(詢于芻)’라는 구절이 있는데, 요순(堯舜)같은 성인들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농촌에서 꼴 베고 소먹이는 농부에게라도 물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경상도 장기에서 귀양 살..

생각·용모·언어·동작을 바르게 해야 [박석무]

제 1177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생각·용모·언어·동작을 바르게 해야 사람이 태어나서 감옥에 들어가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습니다. 감옥보다 더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은 지옥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말합니다. 지옥이야 사람이 죽은 뒤에 가는 곳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가는 감옥은 지옥과 비교되기 때문에 ‘양계(陽界)의 귀부(鬼府)’라고 말하여 감옥은 산 사람의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지옥과 감옥 다음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귀양살이입니다. 창살 없는 감옥이 바로 유배살이기 때문에 산사람이 당하는 고통과 불행은 감옥 다음으로 유배살이입니다. 다산은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참으로 긴긴 유배살이를 했습니다. 그런 불행과 고통의 세월에도 다산은 결코 좌절하거나 낙망하지 않고, 학문이라는 대업에 생을 걸고 노력..

벼슬살이,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박석무]

제 1176 회 풀었는 다산이야기 벼슬살이,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목민심서』12편은 참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벼슬자리에 임명되면 임지로 부임해야 하기때문에 제1편은「부임(赴任)」편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2편은 벼슬살이를 그만두게 되는「해관(解官)」으로 끝을 맺습니다. 벼슬을 시작할 때의 여러가지 일도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으나, 벼슬을 그만두게 되는「해관」의 여러 조항들은 두고두고 음미해야 할 일들이 많기도 합니다. 공정하고 청렴하게 벼슬살이를 했던 공직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끝맺음도 공정하고 청렴하게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크게 마음을 기울여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벼슬이라도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죽는 날까지 벼슬살이하는 행운을 ..

정치의 계절, 부끄러운 시간 [전성건]

제 1072 호 다산포럼 정치의 계절, 부끄러운 시간 전 성 건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언론, 포털, 뉴스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노마스크로 개최되었다.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개최된 G7정상회의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초정되었다.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시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언론과 포털 등의 뉴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자세한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20대 대통령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 수요일이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은 2022년 6월 1일 수요일이다. 대통령선거일은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행정부의 수반을 선출하는 날이고,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은 지..

백성과 자기 마음은 못 속인다 [박석무]

제 1174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백성과 자기 마음은 못 속인다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면서 국민 모두가 큰 재앙을 맞아 참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무서운 질병이 급속하게 전염되면서 우리는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당하고 있습니다.『목민심서』제11편의「진황(賑荒)」은 본디 특별한 경우, 즉 일상적인 목민관의 업무와 다르게 천재지변이나 가뭄, 홍수 등의 기후 때문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백성들을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취해야 할 조치를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코로나19에 대한 처리 역시「진황」에 해당하는 일로 여겨 특별한 처방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진황」의 마지막 조항인 준사(竣事)라는 항목에는 비상..

기술도입이 부국강병의 기본이다 [박석무]

제 1169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기술도입이 부국강병의 기본이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의 생각은 오늘 우리들이 더 절실하게 느껴야 할 생각입니다. 중국에 사신으로 가던 친구 한치응(韓致應)에게 송별사로 써준 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의 중앙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 아니라고 설명하고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국가라고 호칭하는 이유는 “요순우탕(堯舜禹湯)의 다스림이 있어서 중국이라 부르고 공자·안자·자사·맹자의 학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성인(聖人)들의 다스림이나 학문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다 얻어내어 옮겨 놓아버렸다. 왜 먼 곳까지 가서 구해올 필요가 있겠는가(送韓校理致應使燕序)”라고 말해, 중국에서 그런 것은 배워 올 필요가 없고 다만 “전답에 씨 뿌리고 종자 심는 편리한 농법은 배워와야 하..

왜 또 목민심서인가? [박석무]

제 1168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왜 또 목민심서인가? 『목민심서』를 읽노라면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이 많기도 합니다. ‘시공여사(視公如私)’ 공공의 재산도 사재(私財)처럼 아껴쓰고 절약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민여상(視民如傷)’, 백성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할 때 그들을 어루만져주고 보살펴주어야 하듯, 공직자들은 백성들을 애처롭게 여기라는 뜻입니다. ‘대탐필염(大貪必廉)’, 참으로 큰 욕심쟁이라면 반드시 청렴해야만 공직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최고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큰 욕심쟁이야말로 청렴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위생어염(威生於廉)’, 공직자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본인이 청렴할 때에만 유지되기 때문에 청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간절한 이야기들을 읽고 ..

당파를 넘어선 박제가와 정약용 [박석무]

제 1167 회 당파를 넘어선 박제가와 정약용 다산 정약용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깜짝깜짝 놀라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기도 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거론했던 이야기이지만, 정조대왕과 다산과의 관계가 신뢰하고 긴밀한 군신관계로 변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건의 하나가 바로 다산이 퇴계와 율곡의 학문을 평가한 내용으로부터 출발합니다. 1784년의 일이니 다산은 23세, 얼마 전 성균관에 들어가 한창 공부할 무렵, 소과에 합격한 성균관 학생 정약용을 불러 정조는 『중용(中庸)』에 대한 80여 조항을 주문하며 답변을 올리라고 했습니다. 이때 다산은 남인이면서 남인 모두가 숭앙하던 퇴계의 학설보다는 반대파이던 율곡의 학설이 바르다는 답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

『서경(書經)』과 다산 [박석무]

제 1162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서경(書經)』과 다산 유교의 경전에는 크게 ‘십삼경(十三經)이 거론되지만, 흔히는 ’사서6경(四書六經)‘ ’사서5경(四書五經)‘을 말하고, 작게는 ’사서3경(四書三經)’이라고 일컫습니다. 유학자라면 13경에 달통해야하지만, 최소한 7서(七書)라고 말하여 사서삼경이라도 제대로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고는 유학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4서’야 다 알고 있지만, 3경은 ‘시·서·역(詩·書·易)’을 말하여 시경·서경·역경이 유교의 기본 경전임을 알게 해줍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다산의 평생 꿈은 조선을 요순시대와 같은 나라로 만들려는 뜻으로 유학공부의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의 230여 권의 경학연구서는 그런 방법으로 경을 해석해야만 요순시대가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