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교포 여성’ 제시가 만들어낸 어떤 틈

‘교포 여성’ 제시가 만들어낸 어떤 틈 등록 :2020-11-14 11:54수정 :2020-11-14 12:10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또다른 여성상 제시한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 출연 초면에 가슴 사이즈 얘기 꺼내 아슬아슬 선 넘나드는 솔직 대화 ‘여성 연예인’ 보는 인식 도전 ‘교포 여성’ 제시 과감한 언행 욕망 맘껏 풀어놓는 솔직함 눈길 ‘한국 잘 몰라…’ 시선에 맞서며 대리만족 뛰어넘는 롤모델 부상 티브이엔(tvN) 예능 에 출연한 제시. 티브이엔 제공 2020년 하반기에 본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예능은 티브이엔(tvN) 〈식스센스〉였다. 쇼의 기본 플롯은 추리 예능인데, 출연자들은 매회 이색적인 테마의 식당이나 회사, 인물들을 찾아가 체험하면서 그중 제작진이 숨..

“모든 국민이 ‘태일이 친구’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국민이 ‘태일이 친구’ 되었으면 좋겠어요” 등록 :2020-11-16 19:03수정 :2020-11-17 02:06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사 시민제작위원 1970명 모집 캠페인 노동자 박순희씨 166명 먼저 참여 지난 9일 애니 ‘태일이’ 제작보고회에서 권해효(맨왼쪽·평화시장 한미사 사장)·염혜란(이소선 어머니)·장동윤(전태일 열사) 배우가 목소릴 연기를 맡은 캐릭터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명필름 제공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쳤던 1970년, 박순희(73)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섬유 공장에서 일하며 사장 몰래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있었다. ‘노동자’라는 말이 불순분자가 쓰는 말이라며 ‘공장떼기’ 혹은 ‘공순이’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노조 결성 과정에서 “이가 덜덜 떨..

여수장터와 여수생선구이 개업합니다 [박완규]

여수장터와 여수생선구이 개업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완규입니다. 1년여를 쉰 뒤에 이번에 제가 인터넷 쇼핑몰인 ‘여수장터’와 생선구이 전문점인 ‘여수생선구이’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저의 일이 되었습니다. 맛의 도시 여수에서 생선구이만큼은 똑 부러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같은 생선이라도 굽는 방식에 따라 맛 차이가 나거든요. 실제 구워보니 생선이 같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생선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보다 나은 상차림을 위해 모든 직원들과 날마다 회의하고 날마다 고민하였습니다. 두툼한 외국산 생선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선구이에는 국산 생선만 사용하겠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인에 15,000원 하는 금오도 생..

[서울 말고] 어쩌면 비대면도 괜찮은지 몰라 / 이나연

[서울 말고] 어쩌면 비대면도 괜찮은지 몰라 / 이나연 등록 :2020-11-08 11:58수정 :2020-11-09 02:38 이나연 ㅣ 제주 출판사 ‘켈파트프레스’ 대표·미술평론가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사람을 대면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얼굴을 보고 말할 때는 코와 입에 마스크가 덮여 있다. 코와 입이 보이는 맨얼굴을 마주하는 경우는 온라인상에서 컴퓨터나 휴대폰 카메라를 볼 때뿐인 듯하다. 물론 마스크 보급과 착용이 꽤 잘 적용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를 말하고 있다. 직접 사람을 대면하는 동안 상대방의 표정이나 입을 읽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 지 오래다. 비대면 시에는 역으로 평소에 나는 보지 못하던 내 얼굴을 보게 된다. 타인을 두고 말을 하고 있는 나를 이렇게 화면상으로 대면하게 되는 일이 코로..

[김금숙의 강화일기] 거기는 시골 텃세 없어요

[김금숙의 강화일기] 거기는 시골 텃세 없어요 등록 :2020-11-08 11:58수정 :2020-11-09 02:38 김금숙 ㅣ 그래픽노블 작가 “거기는 시골 텃세 없어요?”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지인에게 강화도 시골로 이사 왔다고 했더니 물어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별로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 마을엔 텃세 같은 거 없는데요. 여긴 도시에서 온 사람이 반, 원래 살던 사람이 반이에요.” 그는 몇년간 시골에서 살았는데 텃세 때문에 고생을 한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난 뒤 그의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문득 이제는 고인이 되신 만화가 오세영 선생님이 떠올랐다. 내가 프랑스에서 살 때였으니까 십수년 전이다. 잠시 한국에 다니러 왔던 그때 시골에 터를 잡은 선생님 집..

[김산하의 청개구리] 야생 서식지가 바로 기후변화 대응책

[김산하의 청개구리] 야생 서식지가 바로 기후변화 대응책 등록 :2020-11-08 11:59수정 :2020-11-09 10:53 김산하 ㅣ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나는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에서 야생 동물을 연구했다. 자바 긴팔원숭이라는 동물을 찾아 매일 숲으로 출퇴근하던 날들은 내 인생에서 단연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밀림은 그곳이 품은 풍부한 생물다양성만큼이나 다채로운 추억을 내게 선사해주었는데, 그중에서도 한가지 깨달음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그것은 바로 숲 자체가 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열대우림은 빽빽하게 자라난 식물들의 왕성한 생명활동 덕분에 증발산량이 많고 전체적으로 습도가 높게 유지된다. 공기 중에 수분함량이 높으면 비구름의 형성에 기여하게 되고, 숲의 ..

[말글살이] 의미의 반사 / 김진해

[말글살이] 의미의 반사 / 김진해 등록 :2020-11-08 18:32수정 :2020-11-09 02:39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솔직히 의미는 ‘별것’이 아니다. 팔랑귀다. 시시때때로 변한다. 의미는 사전에 실린 뜻풀이가 아니다.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말과 세계 사이도 헐겁다. 그 사이를 사람들끼리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실천이 채운다. 그래서 의미는 가변적이고 사회적이다. 검찰 개혁에 비판 게시글을 쓴 검사에게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한 장관의 말이 구설에 올랐다. 글쓰기 선생 눈에는 문장이 어색한 게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뭔 말이지?), 사람들에게는 ‘커밍아웃’이란 말이 문제였다. 이 말이 반복되어 쓰이자, 성소수자 단체와 진보정당에서 “..

세상을 ‘체계’로 이해한 루만 사회학의 정수 [사회적 체계들/루만 지음]

세상을 ‘체계’로 이해한 루만 사회학의 정수 체계이론 정립한 루만의 전기 대표작 ‘사회적 체계들’ 전면 개역판 생물학의 ‘자기생산’ 개념 빌려 스스로 작동하는 자율적 체계 제시 사회적 체계들: 일반이론의 개요니클라스 루만 지음, 이철·박여성 옮김/한길사·5만8000원 체계이론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한길사 제공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은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과 함께 근년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연구되는 사회학자이다. 루만의 이름은 사후에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으며, 학자들 사이에선 20세기 최고의 사회학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는 루만의 마지막 주저 를 비롯해 여러 종의 저작이 번역돼 있다. 도 루만을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주저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

마지막까지 ‘사랑의 말들’을 놓지 않았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

마지막까지 ‘사랑의 말들’을 놓지 않았다 등록 :2020-11-06 05:00수정 :2020-11-06 09:47 고전학자가 1년간 어머니를 간병하며 적은 ‘삶과 죽음’ “어머니 말에 대한 해석이자 사랑과 주체성에 대한 기록” 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창비·1만6000원 “엄마!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요!” “어어어.”아들은 호스피스 병실에 누운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어머니는 호흡이 끊어질 듯 말 듯 간신히 이어지는 순간에도 아들의 말에 답한다. 힘겹게 의식의 끈을 붙잡고 있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은 고전학자인 박희병 서울대 교수가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을 앓았던 어머니를 1년간 간병하며 쓴 기록이다. 삶과 죽음, 돌봄,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에 관한 인문학자로서의 ..

[신영전 칼럼] 들국화 주찬권씨는 정말 죽었을까?

[신영전 칼럼] 들국화 주찬권씨는 정말 죽었을까? 등록 :2020-11-03 17:02수정 :2020-11-04 11:45 지금 지구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니다. 이는 모든 존재를 생물과 무생물로 나누는 우리의 지식체계가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더욱이 우리 몸에서 세균, 바이러스 등을 모두 제거하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 하니 미생물과 우리를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신영전 Ι 한양대 의대 교수 주찬권씨는 정말 죽었을까? 그는 가수이자 드러머로 1980년대를 풍미한 록그룹 들국화의 멤버였다. 그를 소개하는 글에 따르면 그는 2013년 10월20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결례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