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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상상하고 실천하자, 인간 본성 그 너머를 / 이병곤

[세상읽기] 상상하고 실천하자, 인간 본성 그 너머를 / 이병곤 등록 :2020-10-21 17:06수정 :2020-10-22 11:35 이병곤 ㅣ 제천간디학교 교장존 레넌은 그의 자작곡 ‘이매진’에서 노래한다.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길, 그건 어렵지 않지. 나라를 위해 죽거나 죽이는 일도 없어.’ 얼핏 사랑 노래 느낌을 주는 음악이나 가사 전체를 새겨보면 이 곡만큼 ‘속삭이는 칼날’을 숨긴 노랫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 본성은 선한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전혀 다른 나를 만났다. 내 행동은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기준 안팎을 넘나들며 삐걱댔다. 죄책감과 부정적 자아 인식이 뒤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면서 인간 본성을 선악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겠다는 판단이 ..

평안이 코로나처럼 번졌으면... [김동호 목사]

평안이 코로나처럼 번졌으면... 스티그마 추천 0 조회 0 20.10.21 05:33 댓글 0 평안이 코로나처럼 번졌으면... 1. 어젠 10시도 되기 전에 잠 자리에 들었다. 새벽 두시 조금 넘어 깼다. 더 자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금요일 토요일 분 날기새 원고를 썼다. 2.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프장 가는 날 다녀오면 아마 오후 네 다섯 시 조금 쉬었다가 녹화해야지. 날기새 #423, #424 준비할 때마다 난 기가믹히다. 어제 이야기도 아니고 내일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꼭 오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들이 숨어있다 튀어 나온다. 그래서 날마다 기막힌 새벽이 되는 것이다. 3. 날기새 덕분에 매일 매일 말씀 묵상이 ..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네팔 이주노동자들, 한국사회 시로 쓰다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네팔 이주노동자들, 한국사회 시로 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입력 : 2020.10.18 15:14 수정 : 2020.10.18 23:00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집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재스민과 천일홍들이 애정을 뿌리며 웃지 않는다/ 새들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기는 사람들이/ 기계의 거친 소음과 함께 깨어난다.” (서로즈 서르버하라, ‘기계’)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집 (삶창)가 출간됐다. 35명의 시인들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이다. 한국에서의 생활, 주로 노동 경험이 시 속에 녹아 들었다. 낯선 땅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한국인들이 떠난 일터에서 일하는 네팔..

[세상읽기] 낙태죄를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 권김현영

[세상읽기] 낙태죄를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 권김현영 등록 :2020-09-29 13:17수정 :2020-09-30 02:38 권김현영 | 여성학 연구자 2019년 4월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날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있던 이들은 헌재 판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외국인 일행들이 무슨 시위냐고 젊은 여성들이 유독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물었고, 낙태죄가 폐지되었다고 답해주자 모두 크게 미소 지으며 축하한다고 했다. 그 자리는 잠시 축제였다. 바닥에 앉아 낙태죄 폐지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인단이 판결문을 복기하며 해석해주는 시간은 그저 즐거웠고 활동가들은 맞은편 반대집회의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저주 섞인 말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단순 참가자였던 나 역시 무..

[아침햇발] ‘인천 형제’ 비극, 한국의 불행은 왜 닮은꼴인가 / 손원제

[아침햇발] ‘인천 형제’ 비극, 한국의 불행은 왜 닮은꼴인가 / 손원제 등록 :2020-09-29 17:07수정 :2020-09-30 02:39 손원제 ㅣ 논설위원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불이 나 10살, 8살 형제가 중화상을 입었다.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진 형제는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스레인지 근처에선 라면 봉지가 발견됐다. 어머니는 전날부터 집을 비운 채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던 중이어서, 형제는 학교 급식 대신 하루 5000원 충전되는 아동급식카드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형제는 사고 11일 만인 25일 눈을 떴으나, 온전히 의식이 돌아온 건 아니라고 한다. 빠른 회복을 바라면서도, 앞으로 이 아이들이 겪을 기나긴 화상 치료의 고통과 후유증을 생각하면 이맛살..

[신영전 칼럼] 의대생은 학교를 떠나라

[신영전 칼럼] 의대생은 학교를 떠나라 등록 :2020-09-29 15:20수정 :2020-09-30 14:54 “가만히 있으라”는 기성세대의 말에 또 속지 마라. 의대를 떠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 좋고, 무엇보다 당신들에게 좋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돈이 아니라 힘세고 돈 많은 이들의 돈으로 되라. 떠나기 싫으면 의과대학을 좋은 의사를 키우는 곳으로 바꿔라. 기성세대는 틀렸다.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모인 의대생·전공의·개원의 등이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의료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 의대생은 학교를 떠나라. 의과대학에서 20여년 교수생활 한 이가 의대생들에게 전하는 충심의 조언이다. 현재의 의과대학 교육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

[세상 읽기]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 가능하다 / 이병곤

[세상 읽기]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 가능하다 / 이병곤 등록 :2020-09-16 17:11수정 :2020-09-17 02:42 이병곤 ㅣ 제천간디학교 교장 교육제도는 아이들의 삶과 배움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앞뒤가 뒤바뀐 채로 흐른다. 아이들은 제도의 그늘 아래 시들어간다. 진심으로 교육 변화를 원한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두 가지에 주목해 보자. 첫째,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집중하라. 전국 유초중등 교육기관에는 610만여명의 아이들이 재학한다. 교사는 49만여명이다(교육통계연보, 2019). 올해는 48만여명의 대입 수험생들이 ‘하늘대학’(SKY) 입학 정원 1만여 자리를 포함하여 상위권 대학 합격을 두고 경쟁을 벌..

[세상읽기] 의료정책 갈등, 어디로 가야 하나 / 신진욱

[세상읽기] 의료정책 갈등, 어디로 가야 하나 / 신진욱 등록 :2020-09-15 18:05수정 :2020-09-16 13:39 신진욱 ㅣ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하여 의사들이 진료 거부에 돌입하고 정부가 강경 대응을 하면서 많은 국민이 코로나 위기 중에 불안의 시간을 보냈다. 일단 파국은 면했지만 이번 사태의 진정한 쟁점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불분명하다. 사회학에서 갈등은 더 높은 통합에 기여하기도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토론과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이번 갈등의 표층엔 여러 대립 지점이 있다. 의사들은 정부 정책의 내용과 추진 방식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했고, 정부여당과 다수 국민 여론은 진료..

[김훈 거리의 칼럼] 정은경

[김훈 거리의 칼럼] 정은경 등록 :2020-09-14 14:25수정 :2020-09-14 14:33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2일 부임했다. 코로나의 8개월 동안 그의 앞 머리카락은 하얘졌다. 그는 늘 노란색 작업복 차림이었다. 방역망이 무너질 때나 무너진 대열을 다시 추스를 때도 그는 늘 차분한 어조로 현장의 사실을 말했다. 그는 늘 현실의 구체성에 입각해 있었고, 당파성에 물들지 않았고, 들뜬 희망을 과장하지 않았으며, 낮은 목소리로 간절한 것들을 말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과학의 힘에서 나왔고, 모두의 힘을 합쳐야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거듭된 호소는 가야 할 ..

[시론] 의사 파업이 가능한 슬픈 이유 / 양창모

[시론] 의사 파업이 가능한 슬픈 이유 / 양창모 등록 :2020-09-14 04:59수정 :2020-09-14 13:24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양창모 호호방문진료 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어제 항암치료 때문에 만난 의사가 의사 파업 때문에 밤을 새웠다 하면서 엄청 피곤해하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항암 부작용으로 콩팥 기능이 망가져서 죽을 수도 있다면서 예전에 자기 환자도 죽은 경우가 있었대. 오늘이라도 항암을 시작하자면서 하는 말이 그래. 그동안 여러 의사랑 상담하면서 한 번도 운 적이 없는데 어제는 나도 집에 왔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