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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칼럼] 어떤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

[조은 칼럼] 어떤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 등록 :2021-04-01 14:17수정 :2021-04-02 02:05 가난한 층의 일상어와 중산층이 쓰는 일상어의 발음이나 어의와 어휘가 다르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번은 너무 자주 일자리를 바꾸는 이 집의 장남에게 “성실하게 살라”고 말했는데 “성실한 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기술공고도 나왔는데 성실하다는 단어를 모르다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단어 뜻을 물은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를 보고 나오면서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 칼럼의 제목이다. 언어의 계급성과 위계성이 새로운 문제처럼 다가왔다.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미국 시민(비록 한인 2세이지만)이 만든 영화임에도 극중 대화에서 영어 비율이 50%가 안 된다는..

[사설] 미얀마의 ‘5·18’, 한국의 역할 묻는다 [EVERY THING will be OK]

[사설] 미얀마의 ‘5·18’, 한국의 역할 묻는다 등록 :2021-03-04 18:07수정 :2021-03-04 18:42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경찰의 사격에 맞서고 있다. ‘모든 것이 잘 될거야’[EVERY THING will be OK]라고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은 19살 소녀 카알 신(맨 아래 왼쪽)은 이날 총탄에 맞아 숨졌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3일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저항해 시위에 나섰던 비무장 시민 최소 38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UN)이 밝혔다.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저지른 이후 가장 참혹한 ‘피의 날’이다. 지금까지 59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지만, 시민들은 사망자가 훨씬 많다고 전한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규탄..

[나는 역사다] 미국혁명의 첫번째 열사 / 김태권

[나는 역사다] 미국혁명의 첫번째 열사 / 김태권 등록 :2021-03-04 18:43수정 :2021-03-05 02:07 크리스퍼스 애턱스 (1723년께~1770년) 살아생전의 일은 잘 모른다. 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아메리카 원주민. 그 역시 노예였다. 젊은 시절에 자유를 찾아 탈출한 것 같다. 탈출 노예 광고에 실렸다고 한다. 아마 바다로 나갔을 것이다. 고래잡이배를 탔으리라고 한다. 뱃사람으로 어찌 살았는지 역시 우리는 모른다. 보스턴은 항구도시였다. 1770년 3월5일에 뱃사람이랑 영국 군인이랑 시비가 붙었다. 그때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영국 정부를 고까워하던 사람이 우글우글 모여들었다. 병사들은 당황했다. 무장도 안 한 민간인에게 총질을 했다. 이른바 보스턴 학살사건이다. 시위대 맨 앞..

[아침햇발] 콘페이트 살인사건과 수사·기소 분리, 그리고 윤석열 / 박용현

[아침햇발] 콘페이트 살인사건과 수사·기소 분리, 그리고 윤석열 / 박용현 등록 :2021-03-04 16:13수정 :2021-03-04 18:59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 입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용현ㅣ논설위원 1972년 어느 새벽, 영국 런던의 한 주택에 불이 났다. 소방관들은 2층에서 성노동자인 맥스웰 콘페이트가 목졸려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틀 뒤 인근에 방화 사건이 잇따랐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로 붙잡은 청소년 3명을 조사한 끝에 콘페이트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중 살인 혐의를 자백한 콜린 래티모어(18)는 심한 학습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소년들은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

[사설] 사퇴한 윤석열, 정치권 진출은 ‘검찰 중립’ 부정이다

[사설] 사퇴한 윤석열, 정치권 진출은 ‘검찰 중립’ 부정이다 등록 :2021-03-04 18:59수정 :2021-03-05 02:13 논의 시작 단계 중수청, 사퇴 명분 안 돼 정치적 계산 따른 준비된 수순으로 비쳐 사퇴 빌미 준 여권도 겸허히 되돌아보길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사퇴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검찰 인사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 중인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가 윤 총장의 사퇴 이유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검찰이 정말로 ‘정의의 사도’일까요?

지금 우리나라 검찰이 정말로 ‘정의의 사도’일까요? 등록 :2021-03-03 11:19수정 :2021-03-03 22:06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66 윤석열 “특권 없애는 데 의미있는 역할” 주장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치검찰-부패검찰 흑역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알면서 눈감아 이명박 정부 땐 법원의 조정을 배임으로 기소 중대범죄수사청에 수사 검사 배치 검토해볼만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 사진 3월2일 치 1면부터 4면까지 실린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역시 검찰주의자”라는 것입니다.윤석열 총장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한 말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그 이외의 인터뷰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

[사설] 윤석열의 ‘거악 수사’, 검찰 비위 의혹은 예외인가

[사설] 윤석열의 ‘거악 수사’, 검찰 비위 의혹은 예외인가 등록 :2021-03-03 19:11수정 :2021-03-04 02:42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거짓 증언 강요’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임 연구관이 최근 정식 수사 착수를 보고했는데, 윤 총장이 ‘직무 이전’을 지시하고 대검 감찰3과장에게 배당한 게 객관적인 사실관계다. 임 연구관은 이를 “직무 배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검은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직무 배제가 아니다”라고..

설날의 아련한 추억 [박석무]

제 1151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설날의 아련한 추억 신축년의 설날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재앙 때문에, 해마다 아버님 제사도 모시고 설날도 보내려고 찾아가던 고향에도 못 가고 그냥 설이 지났으니, 추억과 회고의 정을 풀어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방을 맞기 몇 년 전에 태어난 우리들, 어린 시절 그때만 해도 조선 시대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제법 세시풍속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던 시절입니다. 떡국으로 차례를 올리고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던 추억, 새 옷에 새 버선을 신고 마을의 남녀노소들이 세배를 다니던 풍속, 연날리기 제기차기, 널뛰기의 즐겁던 일, 어느 것 하나 회고의 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설날이건만, 학자 다산이 설날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또 색다른 ..

[사설] 최말자씨 재심 기각, 이것이 ‘사법 정의’인가

[사설] 최말자씨 재심 기각, 이것이 ‘사법 정의’인가 등록 :2021-02-18 18:04수정 :2021-02-19 02:41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 사건을 보도한 당시 기사들. 5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75)씨가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한 데 대해 법원이 1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금의 상식과 기준으로 볼 때 최씨는 당연히 무죄다. 하지만 시대의 덫에 갇힌 기소와 재판으로 덧씌워진 유죄의 주홍글씨를 끝내 벗어던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법원은 ‘재심의 법리’를 따랐다고 설명하지만 이것이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깊이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논리는 간단하다. 현행법에서 재심 사..

부자 재산 덜어 어려운 사람 살리자 [박석무]

제 1150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부자 재산 덜어 어려운 사람 살리자 1779년 무오(戊午)년은 다산의 나이 38세의 해였습니다. 그해 4월에 다산은 황해도 곡산 도호부사에서 형조참의(刑曹參議)에 제수되어 내직으로 옮겼습니다. 그 무렵에 저작했다는 다산의 유명한 논문,「전론(田論)」은 곡산에서의 저술인가, 서울에 들어와서의 저술인가는 알 길이 없지만, 약 220년 전의 글임을 알게 됩니다. 7편으로 된「전론」은 다산의 혁명적인 토지정책에 대한 내용으로, 개혁사상가 다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글이어서 주목받은 지가 오래된 논문입니다. 30대의「전론」은 50대 이후의 저작인『경세유표』의 토지정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혁신적인 토지정책이어서, 그에 대한 찬반의 토론은 계속되고 있고, 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