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숨&결] 못난 아비의 육아법 / 김민식

[숨&결] 못난 아비의 육아법 / 김민식 등록 :2020-09-07 14:24수정 :2020-09-08 14:01 김민식 ㅣ (MBC) 드라마 피디 어려서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 우리 집 식구 중에 아버지에게 안 맞은 사람은 없다. 다 맞았다. 나는 아버지의 기대를 짊어진 장남이라 특히 많이 맞았다. 맞다 맞다 맞아 죽을 거 같아 도망친 적도 있다. 아버지는 매를 들고 동네 어귀까지 쫓아오다 포기하셨다. 다음부터 나는 옷을 홀딱 벗고 매를 맞았다. 맞으면서 고민했다. 맞아 죽는 편이 나을까, 쪽팔려 죽는 편이 나을까. 맞아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나 보다. 팬티 바람으로 달아난 적은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를 통째 외우는 게 방학 숙제였다. 하루에 한 과씩 외우는데, 검사를..

아프리카의 한국인 추장 “식량위기, 다양성이 인류 구할 것”

아프리카의 한국인 추장 “식량위기, 다양성이 인류 구할 것” 등록 :2020-09-05 13:18수정 :2020-09-05 23:41 [토요판] 인터뷰 식물 유전·육종학자 한상기 박사 나이지리아 주식 카사바 개량 1970년대 식량난 해소에 기여 “작물 바이러스 등 극복하려면 저항성 유전자원 획득이 관건 종자 다양할수록 가능성 큰데 유전자원, 산사태처럼 무너져 표토 1㎜ 생성에 100년 걸려 잦은 폭우에 토양 잃을 우려” 한상기 박사가 지난 8월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자택에서 카사바 품종 개량으로 나이지리아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줘 추장에 추대됐던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장의 지팡이’를 짚은 그의 뒤로, 역시 추장을 상징하는 부채가 보인다. 부채에 적힌 ‘세리키 아그베’라는 문자는 ‘농민의 ..

견딤의 힘 [박완규]

견딤의 힘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고, 누구에게 가장 많은 고통을 받습니까? 바로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 내가 좋아했던 사람, 내가 평소에 아끼던 사람에 의해 가장 큰 상처를 받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멀리 있는 사람이나 내가 애정을 주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좀처럼 상처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그리 큰 상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님께서 늦게까지 일을 하는 날은 제가 미리 쌀을 씻어 밥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쌀 속에 자잘한 돌이 제법 많았을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평소에 쌀을 씻을 때 조리로 돌을 걸러내는 방법을 제게 가르쳐 주셨는데 그렇게 조리로 쌀을 걷어내고 나면 양푼 바닥에 자잘한 돌들이 남게 되지요. 가끔..

'여수장터닷컴' 문을 엽니다... [박완규]

'여수장터닷컴' 문을 엽니다... 제 주변에 처음과 끝이 늘 같은 분이 계십니다. 여수에서 한일관과 꽃돌게장1번가를 운영하고 계시는 박영복 사장님입니다. 이분의 아들 주례를 제가 봤고 제 큰 아이의 주례는 이분이 봐야 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는 분입니다. 며칠 전에 이분을 만났는데 코로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맛있는 것을 보면 생각이 나고 좋은 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분에게 제가 1년 동안 준비한 인터넷 쇼핑몰 자료들을 모두 넘겨드리며 이거 하시라고 했습니다. 저는 준비하고 있는 다른 일이 많아서 할 수가 없으니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는 이분이 하면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이틀 동안 모든 자료를 검토한 뒤에 이분이 이러는 것입니다. “이 사업이 될 것 같은데 나..

저는 참 잘 웃어요 [박완규]

저는 참 잘 웃어요 코로나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기 전에 어느 소모임에 강사로 초빙되어 갔습니다. 거기서 처음 뵙는 분들이 많아서 서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의 특기는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인지 등을 간단히 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모인 분들 중에는 각 분야에서 훌륭한 분도 많이 계셨는데 다들 조금은 겸손하면서도 평범하게 자기소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일어나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참 잘 웃어요.” 그러면서 씩~~ 웃었습니다. 그 모습에 딱딱했던 그 자리가 금방 환해졌습니다. 그것은 마법 같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참 잘 웃어요.” 요즘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기도 하지요. 요즘은 웃음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박완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 제가 강원도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 우리 부대의 전통은 제대 3개월 남겨둔 말년병장에게는 부대 정문을 지키는 위병소 근무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위병소 근무자는 부대를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그들의 소지품까지 검사하는 일이 주된 임무였습니다. 요즘 제가 그때 위병소에 근무했던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 제 앞에는 수많은 정보와 제안과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그냥 흘려보냈던 대상이었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제 앞을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일일이 불러 세워서 짐 조사를 하고 호주머니까지 검사합니다. 그래서 조금 이상한 것이 있다 싶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더 조사해 보고 이상이 없으면 그때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

길어야 10년 [박완규]

길어야 10년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벳인들은 2,000km나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로 걷는 것을 일생의 최대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자신이 그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남은 생애동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돕겠다는 서원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틈나는 대로 거리를 걷다보면 다리도 아플 때도 있지만 이것도 꾸준히 걷다 보니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저를 만나면 “얼굴이 너무 좋아졌네요?”하고 말합니다. 좋아졌다는 의미는 얼굴색이 밝아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제가 무슨 생각을 자주 하냐면요. 제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 생각을 자주 합니다. ..

[이충걸의 세시반] 디지털 백치의 허무한 행복

[이충걸의 세시반] 디지털 백치의 허무한 행복 등록 :2020-08-23 17:52수정 :2020-08-24 02:37 스무살 청년이 ‘이충걸의 세시반’을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이충걸 ㅣ 에세이스트 친구들은 내가 전자기기를 매우 가뿐하게 다룬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던 잡지가 그야말로 최신의 것, 가장 현대적인 오브제를 다루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건 밥집 아들이 뚱뚱할 거라는 억측과 똑같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케이티엑스(KTX) 티켓 하나 예매할 줄 모르기 때문에.넉 달 전, 휴대폰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법을 배웠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 손으로 액정 화면을 조작해 물건을 주문하다니, 그때까지 내가 벌인 짓 가운데 가장 비범한 일이며 달 착륙에 견줄 만한 사건이었다. 나는 친구가 가르쳐준..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등록 :2020-08-22 18:35수정 :2020-08-22 18:37 [토요판]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41. 작가 미상, ‘영국의 아내 경매’ 18세기 영국의 아내 판매 빈곤층 남성의 이혼 방식 공식 기록만 300명 이상 재산세 매길 만큼 소유물 간주 트로피 와이프, 결혼식 풍경 21세기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작가 미상, , 1876년 11월 발행된 잡지 20호에 실린 삽화, 미시간대학교 소장. 우리 역사를 배우며 섬뜩했던 적이 많았다. 계백이 황산벌 전투에 나서며 아내의 목을 벤 장면은 ‘비장함’으로 소비되었지만 나는 소름이 끼쳤고,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조선 여인을 뜻하는 ‘환향녀’(還鄕女)가 비속..

“나는 인간의 잔인함과 가장 훌륭한 선의를 지켜보았다”

“나는 인간의 잔인함과 가장 훌륭한 선의를 지켜보았다” 등록 :2020-08-21 05:00수정 :2020-08-22 11:13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는 여성 종군사진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자전 에세이 총성 가득한 전쟁과 여성 차별과 억압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한 일화 ‘감동’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린지 아다리오 지음, 구계원 옮김/문학동네·1만9800원 일과 행복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이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있다면 행복감은 배가되고, 다른 이가 대체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면 우주 최고의 행복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세 조건에 대체로 부합하는 희귀 직종 종사자인 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