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가깝다고 해서...[박완규]

가깝다고 해서... 요즘 제가 새로운 사업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도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자지를 못하고 있네요. 하루 중에 잠시의 짬도 없이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메일을 쉬지 않으려 하는데 며칠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옛날 어느 왕국에 공주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신은 언니 공주에겐 미모를 주었고 동생 공주에겐 재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왕국에 잔치가 열리면 사람들은 처음엔 다들 얼굴 예쁜 언니 주위로 몰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언니 곁을 떠나 동생 곁으로 모였습니다. 예쁜 얼굴엔 잠시 마음이 홀리지만 유쾌한 대화는 사람을 오랫동안 즐겁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렇잖아요. 늘 분란을 일으키고 늘 소송에 휩싸이는 사람이 있..

[삶의 창] 코로나 우울과 사회적 안전망 / 정대건

[삶의 창] 코로나 우울과 사회적 안전망 / 정대건 등록 :2020-08-14 16:23수정 :2020-08-15 16:55 정대건 ㅣ 소설가·영화감독 우울한 요즘이다. ‘코로나 우울’에 더해진 계속된 장마는 여름의 태양마저 빼앗아갔다. 나는 글을 쓰러 주로 도서관을 다녔는데, 코로나로 인해 닫혀 있던 동네 도서관이 몇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가 다시 폐쇄됐다. 동네 스타벅스는 열람실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모이는지 이전보다 더욱 붐비고 자리 차지가 쟁탈전 수준이 됐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간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어 헤매다 보면 세상이 돕지 않는 기분이 들고 지치게 된다. 지난해에 나는 사회에 소속감 없이 혼자 고립되어 있었다.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고, 소설을 써보..

[삶의 창] 스토리텔링과 하이데거 / 정대건

[삶의 창] 스토리텔링과 하이데거 / 정대건 등록 :2020-07-17 16:03수정 :2020-07-18 02:35 정대건 ㅣ 소설가·영화감독철학과를 나온 이력 때문에 순진무구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전공을 살리면 철학관 차리는 거예요?” “사주 봐줄 수 있어요?” 우스갯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정말 흔하게 들어봤을 말이다. 물론 주역을 공부하면 사주를 풀이할 수는 있겠으나, 철학과 전공 수업에서 점치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거라도 배웠으면 굶을 걱정은 덜 했을 수도 있었겠다. 안타깝지만 나조차도 무엇을 배우는 과인지 모르고 들어갔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며, 달을 보러 다니고, 사색을 즐기던 10대 ..

[삶의 창] 투수를 일으킨 “어제저녁 뭐 먹었어?” / 홍인혜

[삶의 창] 투수를 일으킨 “어제저녁 뭐 먹었어?” / 홍인혜 등록 :2020-08-07 12:08수정 :2020-08-08 14:13 홍인혜 ㅣ 시인 프로야구를 즐겨 본다. 특정 구단에 집념에 가까운 애정을 쏟고 있다. 스포츠 팬이 된다는 것은 묘한 경험이다. 그날 나의 바이오리듬이나 업무적인 성과와 무관하게 오직 게임의 승패에 따라 기분이 천상계로 승천할 수도, 마계로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상황이 있다. 동료의 실책에 의해, 아니면 직전에 맞은 홈런 때문에, 혹은 뚜렷한 이유 없이도 우리 팀 투수가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것이다. 그의 안색은 점차 잿빛이 되고 응원하는 팬들의 가슴도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베이스마다 주자가 쌓이고 보는 이들의 마음엔 시름이 쌓이기..

[삶의 창] 천진난만함이 꼴 보기 싫어 / 김소민

[삶의 창] 천진난만함이 꼴 보기 싫어 / 김소민 등록 :2020-07-24 17:13수정 :2020-07-25 14:37 김소민 ㅣ 자유기고가 한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보여줬다. 감자탕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자원봉사도 여러가지 했다. 그런데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지원 동기가 모호한 거 같았다. 왜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진짜 이유가 뭐야? 청년은 한참 망설였다. “사실 제 아버지가 산업재해를 당하셔서 몸이 불편하세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 물었다. “왜 그걸 안 써?” 청년은 돼지뼈를 발랐다. 울음을 참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국물을 떠먹었다. 뼛조각이 여럿 쌓인 뒤에야 그가 말했다. “회사에서는 긍정적이고, 그늘 없는, 그런 빠질 데 없는 사람, ‘그럼..

[칼람_칼럼 읽는 남자] 필자님, 옥상에서 만나시죠 / 임인택

[칼람_칼럼 읽는 남자] 필자님, 옥상에서 만나시죠 / 임인택 등록 :2020-08-19 18:10수정 :2020-08-20 02:41 임인택 / 여론팀장 지난주 금요일을 지나면서 7월 초 개편과 함께 새로 소개된 칼럼진 모두가 독자청중과 최소 한차례씩 만났다. 유혜영 교수가 시작해, 정희진 여성학자, 문정인 교수, 이진순 대표가 받고, 서명숙 대표가 마무리했다. 무람없겠으나 하루하루 누군가를 선발로 등판시킨 야구 감독이나 그 선수를 응원하는 고독한 팬의 마음으로 칼럼을 받아 감히 무게를 재보고 데스킹이란 것도 하여 발행해온다. 글은, 쓰는 자와 읽는 자 사이를 잇는 뉴런 같은 것인지, 적이 오묘하다. 글 좋다 글 나쁘다 느낌이 선명할지언정 그 이유는 정연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필자에게 ..

[세상 읽기] 어느 시골 학교 교장의 ‘시간’ 교육론 / 이병곤

[세상 읽기] 어느 시골 학교 교장의 ‘시간’ 교육론 / 이병곤 등록 :2020-08-19 17:37수정 :2020-08-20 13:49 이병곤 ㅣ 제천간디학교 교장 우리 학생들은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중고교 통합 6년제 기숙형 비인가 학교다. 충북 제천시 최남단 산골에서 106명의 학생과 스무명 남짓한 교사들이 살아간다. 시험 압박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 자체가 내겐 참여관찰 교육연구나 다름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입시는 참된 교육을 방해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 단칼에 자르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손가락으로 풀어내기에 너무 복잡하므로. 아이들이 시험에 매이지 않을 때 학교로 첫번째 찾아오는 손님은 풍족한 시간이다. 고3 아이들은 스스로 정한 기관이나 단체로..

왕의 눈 찌른 근위대장의 괴로움, 빅토르 위고는 알았을까

왕의 눈 찌른 근위대장의 괴로움, 빅토르 위고는 알았을까 등록 :2020-08-15 07:53수정 :2020-08-15 07:58 [토요판] 주명철의 프랑스 역사산책 ⑮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 기사들 전투시합 즐긴 앙리2세 왕비 만류에도 마상 창 시합 출전 상대는 근위대장 몽고메리 백작 백작의 부러진 창에 눈 찔려 사망 백작, 사고에 대해 용서받았으나 15년 뒤 위그노전쟁 때 잡혀 처형 시합 열렸던 투르넬 저택 일대 17세기초 왕립 광장으로 첫 조성 나폴레옹 때 보주 광장으로 명명 중세 기사들이 보주 광장에서 시합(토너먼트)하는 모습. 네덜란드 화가인 피터르 바우베르만이 1655년에 그린 그림으로 슬로바키아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위키미디어 랑의 주교 아달베롱(Adalbéron d..

가장 겸손하지 못한 가수가 30년 전 부른 노래

가장 겸손하지 못한 가수가 30년 전 부른 노래 등록 :2020-08-14 18:54수정 :2020-08-15 16:27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조영남 ‘겸손은 힘들어’ 덕목은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도전, 절제, 엄격, 관용, 혁신, 기본, 저축, 소비 등 우리가 덕목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서로 상충하며 제각각의 방향을 가리킨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돈이 몰리는 테마가 그때그때 변하듯 시대에 따라 환영받는 덕목도 달라지고 시대에 맞지 않는 덕목은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개인주의로 치닫는 세태를 우려하며 타인과 친밀한 교류를 권하던 시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고 배우고 문화를 교류하기를 권하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거리두기가 미덕이고 국경을 닫아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꾸준함의 효과 [박완규]

꾸준함의 효과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언제 퇴원시켜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 방법은 이것이었습니다.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틀어서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이게 한 다음에 환자에게 걸레를 주면서 그 물을 닦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환자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바닥의 물만 열심히 닦습니다. 그 환자는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입니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수도꼭지를 잠근 다음에 바닥의 물을 닦습니다. 그러면 그 환자는 퇴원을 시켜도 되는 환자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끔 정부의 정책이나 정부의 인사에 대해 강한 톤으로 문제 제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한 저를 염려하는 분들이 제법 많으시네요. 괜찮겠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