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네팔 이주노동자들, 한국사회 시로 쓰다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네팔 이주노동자들, 한국사회 시로 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입력 : 2020.10.18 15:14 수정 : 2020.10.18 23:00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집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재스민과 천일홍들이 애정을 뿌리며 웃지 않는다/ 새들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기는 사람들이/ 기계의 거친 소음과 함께 깨어난다.” (서로즈 서르버하라, ‘기계’)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집 (삶창)가 출간됐다. 35명의 시인들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이다. 한국에서의 생활, 주로 노동 경험이 시 속에 녹아 들었다. 낯선 땅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한국인들이 떠난 일터에서 일하는 네팔..

‘태양의 신’ 태어난 델로스섬, 찬란한 고대 역사를 품다

‘태양의 신’ 태어난 델로스섬, 찬란한 고대 역사를 품다 등록 :2020-10-16 05:00수정 :2020-10-16 10:01 [책&생각] 신화와 축제의 땅, 김헌의 그리스 기행 ⑪ 고대 그리스 문명의 보고 쌍둥이 남매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 얽힌 신화의 무대 척박한 땅에 상업의 중심지이자 군사 기지 옛 모습 아스라이 남아 하얀 기둥만 남아 있는 ‘아폴론의 탄생지’ 델로스섬. 김헌 제공 델로스섬은 그리스와 터키 사이 에게해 중앙에 있다. 처음엔 ‘아스테리아’로 불렸는데, 제우스가 사랑했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여신은 티탄 신족 중에 지성의 남신 코이오스와 밝음의 여신 포이베의 딸로서 제우스의 사촌이었다. 그녀는 질척대는 제우스를 싫어했다. 메추라기로 변신해 도망쳤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

입주자대표의 갑질, 남 일 같지 않네

입주자대표의 갑질, 남 일 같지 않네 등록 :2020-10-16 04:59수정 :2020-10-16 09:57 지난해 공쿠르상 수상작 ‘모두가 세상을…’ 번역 출간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상인 공쿠르상 2019년 수상작인 장편소설 의 작가 장폴 뒤부아. 1955년생 남자의 삶의 궤적 속에 지난 반세기 남짓한 사회상의 변모를 요령껏 담아 냈다. ⓒ Editions de l\'Olivier - Ulrich Lebeuf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창비·1만5800원 공쿠르상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매년 11월에 발표된다. 올해 수상작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수상작인 장폴 뒤부아의 소설 가 번역돼 나왔다. 수상 당시 “대중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심사..

[김진영, 낯선 기억들] 프루스트와 천상병

[김진영, 낯선 기억들] 프루스트와 천상병 등록 :2018-06-28 18:41수정 :2018-06-29 12:16 부자인 프루스트는 얻지 못하고 빈자인 천상병은 얻어낸 그 선물들은 무엇일까. 그건 ‘세상의 아름다움’이다. 아침의 투명한 이슬, 저녁의 장엄한 노을, 찬란한 대낮의 햇빛들에게 ‘저금통장 같은 건 없다’. 가난해서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은 역시 저금통장이 없는 시인에게만 선물로 주어지는 축복의 세상이다.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대표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곁에 지니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나에게도 그런 책이 있다. 그건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프루스트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이 좀 바뀌었다. 그건 문장 하나를 새롭게 읽으면서부터이다. 긴 대하소설의 마지막 권인 안에는..

‘사흘’ 소동이 불러온 위기감…한국어를 지켜라

‘사흘’ 소동이 불러온 위기감…한국어를 지켜라 등록 :2020-10-09 04:59수정 :2020-10-09 12:11 [책과생각] 한국어에 날개를 달아라 우리말글이 관통한 역사 소개하고 더 풍성한 언어 모색하는 책 외래어·외계어 ‘훼손’의 관점 아닌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생명력 백낙청, 임형택, 정승철, 최경봉 지음/창비·1만6000원 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 박일환 지음/뿌리와이파리·1만6000원 나라말이 사라진 날 정재환 지음/생각정원·1만5000원 한글의 감정 조현용 지음/한글파크·1만3000원 ‘사흘간 황금연휴’. 이 반가운 소식이 순식간에 논란으로 비화됐다. ‘사흘’ 때문이었다. 사흘은 ‘세 날’을 뜻하는 순우리말.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단어에서 사(四)를..

[책거리] 효재, 이효재, 이이효재

[책거리] 효재, 이효재, 이이효재 등록 :2020-10-09 05:00수정 :2020-10-09 09:41 [책&생각] 책거리 1924년생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여러 이름을 가졌습니다. 아버지 이약신 목사의 성을 따른 이효재, 어머니 이옥경의 성을 함께 쓴 이이효재, 그리고 ‘도서관할머니’로 지내던 시절엔 아이들에게 ‘효재’로 불렸습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이 땅에 본격적인 한국 가족연구를 선보였던 그는 가부장제 직계가족은 민중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가족의 지배적 형태와 달랐다고 보았고, 가족관계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97년, 그는 진해로 가 마을공동체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의 아이디어로 시민들이 힘을 합쳐 유치하고 건축가 정기용이 설계한 ‘진해 기적의 도서관’이 20..

“공공 영역 휩쓰는 영어, 새 귀족 지배 체제 강화한다”

“공공 영역 휩쓰는 영어, 새 귀족 지배 체제 강화한다” 등록 :2020-10-09 04:59수정 :2020-10-09 10:53 한겨레말글연구소·한글문화연대 10일 한글날 기념 한글문화토론회 “쉬운 공공언어는 민주공화국 토대…공공언어 개선에 국가가 나서야” 게티이미지 ‘2020년 한글날 기림 한글문화토론회’가 한겨레말글연구소와 한글문화연대 공동 주최로 10일 오전 11시부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다. ‘공공언어 개선의 사회철학 세우기’를 대주제로 삼은 이 토론회에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강미아 미국 유타밸리대 교수, 방민희 상명대 교수, 박성열 싱가포르대 교수, 정태석 전북대 교수,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참석한다. 발표자들은 어려운 외국어와 한자어에 오염된 공공언어가 민주공화국의 이념을 훼손..

[시인의 마을] 감자의 시 / 이기성

[시인의 마을] 감자의 시 등록 :2020-10-09 04:59수정 :2020-10-09 07:49 감자의 시 이 기 성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감자가 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는 검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등에 짊어진 것이 감자라면 좋을까, 검은 폭탄은 그의 머릿속에서 오래전부터 째깍째깍 수명을 줄여가고 있다. 그것은 곧, 폭발할 것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되느니 감자가 되는 건 어떨까 그는 가방을 지고 걷는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건 감자가 아니고. 그의 부모는 가난했으며 말 없는 감자의 형상에 가까웠다. 우린 최소한의 예의를 원합니다, 농성장에서 팔을 치켜든 아버지의 목소리는 가늘고 연약했다. 구둣발로 툭 차면 데굴데굴 사방으로 굴러가는 감자의 언어를 오늘은 가르쳐줄 테다. 폭발을 기다..

“미라보 다리 아래…” 황현산의 번역을 친구는 왜 타박했을까?

“미라보 다리 아래…” 황현산의 번역을 친구는 왜 타박했을까? 등록 :2020-10-09 05:00수정 :2020-10-09 10:08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황현산 지음/난다·1만4000원 는 작고한 평론가 황현산(1945~2018·사진)이 2012년에서 2017년까지 문예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유고집이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고인은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 쪽도 아닌 글”을 써 보고 싶다고 밝혔거니와, 이 글들은 논문과 비평의 성격을 지닌 에세이에 가까워 보인다. 국내외 시들에 관한 진지한 논의에 글쓴이의 개인사와 회고담이 무람없이 섞여 드는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고 반갑다. 예컨대 ‘아름다운 문학청년 최하림’이라는 글을 보자. 이 글에서 황현산은 1960년..

[세상읽기] 가짜사나이와 멋진 고문 / 임재성

[세상읽기] 가짜사나이와 멋진 고문 / 임재성 등록 :2020-10-07 15:44수정 :2020-10-08 02:39 유튜브 웹 예능 장면. 유튜브 갈무리 “일어나, 이 개새끼들아!” 참가자들의 숙소에 한밤중 들이닥친 교관이란 자가 내뱉는 말이다. 참가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뛰어나간다. 교관은 참가자들에게 손과 발, 머리를 들게 해 뒤로 누우라고 하고 얼굴에 물을 뿌린다. 고문이다. 동작이 느리거나 고통스러워하면 참가자들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가격한다. 파도 속에 누운 참가자들이 겁이 나서 얼굴을 들면, “대가리 박아”라고 소리치며 물속으로 머리를 누른다.2020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이다. 위 내용이 담긴 두번째 시즌 첫번째 영상 조회수는 10월7일 현재 1200만회가 넘는다. 비슷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