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일본 군국주의 세례받은 ‘일본 사람 박정희’ 밝혀내고 있어요”[현대사기록연구원 송철원 원장]

문화 책&생각 “일본 군국주의 세례받은 ‘일본 사람 박정희’ 밝혀내고 있어요” 등록 :2020-10-25 18:41수정 :2020-10-25 19:56 [짬] 현대사기록연구원 송철원 원장 송철원 원장에게 학생운동 동지인 시인 김지하 근황을 묻자 “생각이 달라진 뒤로는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김 시인과 함께 70년에 술집 레지스탕스를 열기도 했다. “김지하, 김민기와 함께 홍상수 감독 모친인 전옥숙씨 문간방 식객으로 지내기도 했죠.” 강성만 선임기자 사단법인 현대사기록연구원 송철원(78) 원장은 지난 9일 법인 설립 12돌을 맞아 동네 주민들에게 떡을 돌렸다. 연구원은 설립 이후 박정희·전두환 군사 정부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300여 명의 구술을 채록하고 영상도 만들었다. 올해는 전두환 정권이 유..

[말글살이] ‘영끌’과 ‘갈아넣다’ / 김진해

[말글살이] ‘영끌’과 ‘갈아넣다’ / 김진해 등록 :2020-10-25 15:54수정 :2020-10-26 02:37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말에는 허풍이 가득하고 인간은 누구나 허풍쟁이이다. 보고 들은 걸 몇 곱절 뻥튀기하고 자기 일은 더 부풀린다. ‘아주 좋다, 엄청 많다’고 하면 평소보다 더한 정도를 표현한다. 하지만 ‘아주, 엄청, 매우, 무척, 너무’ 같은 말은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더 감각적인 표현들이 있다. 이를테면 ‘뼈 빠지게 일하다, 등골이 휘도록 일하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 목이 터져라 외치다, 죽어라 하고 도와주다, 쎄(혀) 빠지게 고생한다’고 하면 느낌이 팍 온다. 화가 나면 피가 거꾸로 솟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이 벌..

[이충걸의 세시반] 어느 철자법 광신자의 최후

[이충걸의 세시반] 어느 철자법 광신자의 최후 등록 :2020-10-25 16:14수정 :2020-10-26 02:36 스무살 청년이 ‘이충걸의 세시반’을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이충걸 ㅣ 에세이스트 어느 자리에서 나의 악습이 도졌다. 누가 “그러다간 옛날의 전차를 밟을 거야”라며 부하 직원을 몰아세웠기 때문에. 처음 그가 ‘화룡정점’이라고 했을 땐 실수 같았는데 신조어까지 만들며 다그치자 더는 참지 못했다. “‘전차’가 아니라 ‘전철’을 밟는 거죠. ‘전 시대의 잘못을 반복하다.’ 그리고 ‘화룡정점’이 아니라 ‘화.룡.점.정.” 걱정은 좀 됐다. 어떤 사람은 동정은 몰라도 모욕은 못 참으니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 자리의 누구도.나는 늘 오자와 부정확한 인용, 쉼표 없는 장광설, 번역 투의 비..

[시인의 마을]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박승민]

[시인의 마을]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9:19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박 승 민 딸은 다섯 큰집에서 양자로 들인 아들이 하나 아침밥이 삭는 내내 땡볕에 붙어살다가 밤나무 그늘에서 잠시 땀을 어르는 사이 미지근한 보릿물에 밥 한술 뜨는 사이 땅에 묻어둔 누런 근심이 꼬물꼬물 소매로 기어든다 탄저 먹은 고추는 화농처럼 번져가고 풍작 소식, 생강밭은 생강밭대로 사네, 못 사네 베트남 며느리의 전화통 속 꼬부라진 소리의 표정까지도 -시집 (창비)에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연재시인의 마을 [시인의 마을] 근심을 밭에서 키우다 [시인의 마을] 감자의 시 [시인의 마을] 시간의 그늘에서 [시인의 마을] 성문 앞 보리수 [시인의..

코로나 우울에 빠진 당신을 위한 ‘책 처방전’

코로나 우울에 빠진 당신을 위한 ‘책 처방전’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9:57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 1769년경, 캔버스에 유채, 워싱턴 국립미술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민음사·1만6000원 ‘코로나 우울’에 빠진 듯 축 처진다면? 갑자기 울화통이 치민다면? 오랜 세월 한우물만 팠는데 이제서야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럴 땐 차오르는 분노와 불안함을 꾹 누르고 이 책의 ‘처방전’을 펼쳐보는 게 도움이 될 듯싶다. 는 20년 차 출판편집자이자 다독가 이수은씨가 쓴 독서 에세이로, 다양한 고민을 풀어줄 책 52권을 소개한다. 추천 도서의 8할이 고전이고, 그래서 무겁고 딱딱할 것이라 멈칫한다면 오산이다. 유쾌하고 발랄한 문체 ..

[세상 읽기] 남는 건 감정뿐 / 조이스 박

[세상 읽기] 남는 건 감정뿐 / 조이스 박 등록 :2020-10-22 18:25수정 :2020-10-23 02:40 조이스 박 ㅣ 영어교육가·에세이스트 영화 (Youth)를 보면 은퇴를 앞둔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의 친구 믹 보일은 그 쓸쓸한 노년을 마주하며 그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남은 건 감정뿐이야(Emotions are all we’ve got).” 인생 선배들 말로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에 대한 추억들이 남는다고 한다. 이후 그림책 수업을 하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 나눈 일이 있었다. 시니어를 위한 그림책 수업을 하는 분들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머니들과 수업을 하면 그 반응이 정말로 다채롭고 풍성하다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서야 알..

가을 햇살을 쬐며 - 정태기 선생 가시는 날에 부쳐 [2020년 10월 후배 최인호 올림]

가을 햇살을 쬐며 - 정태기 선생 가시는 날에 부쳐 토란대 줄기 갈라 양달에 널어놓고 논고랑 더듬더듬 미꾸라지 잡아설랑 어룬님 오시걸랑은 술국이나 내렸더니 궂긴소식 듣고서야 임생각 며칠에 국거리 말랐거니 하릴없이 되었구나 아침녘 만리잿길 넘어 오대산엔 뭣하러 먹거리 찾아서 이 회사 저 공장 신문장사 광고장사 숱하게 뛰시더니 하마나 일손 터시고 노닐거니 했더니 새저마노 돌림병에 너나없이 몸사리고 이땅 사람 하나되는 통일꿈도 놓으시니 어이랴 여리디여린 뒷배 잃은 후배들 드높은 가을하늘 임마음 듣는듯해 하늘걸개 서너줄 빛나는 글월 박아 저 글월 읽어내는 이 복되어라 하시네 2020년 10월 후배 최인호 올림

[칼람_칼럼 읽는 남자] 나의 불륜을 기억할게요 / 임인택

[칼람_칼럼 읽는 남자] 나의 불륜을 기억할게요 / 임인택 등록 :2020-10-21 17:08수정 :2020-10-22 02:38 임인택 ㅣ 여론팀장 “내로남불”이 사자성어인 양 언론에 사용된 건 2015년부터다.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미국 출장 중 평일 오후 골프 친 일이 알려지자 “미국은 금요일 오후부터가 주말”이라고 말해 화를 키웠다. (JTBC)는 “학교는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무상급식을 반대한 홍 지사의 말을 따 “출장은 일하러 가는 거지 골프 치러 가나요” 하며 “내로남불” 네 글자를 박았다. 비교적 신조어이나, 이젠 그 말을 던지는 사람이나 그 말을 맞는 사람이나 혈압 차이는 없을 법한 상투어가 돼버렸다.사실 “내로남불”이 원문,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

[옵스큐라] ‘사진으로 여행을 보다’ / 이정아

[옵스큐라] ‘사진으로 여행을 보다’ / 이정아 등록 :2020-10-21 18:22수정 :2020-10-22 02:39 코로나19로 국외 여행길이 막혔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실내 전시장을 찾는 일도 주저된다. ‘코로나 블루’에 멍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려 서울 중구 필동 갤러리 ‘꽃피다’가 인쇄골목 담벼락에 ‘사진으로 여행을 보다’ 거리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15일 작품 설치를 마친 김유리 관장(왼쪽 셋째)과 참여 작가들이 포토존에서 작품 속 어린아이들의 자세를 따라하고 있다. 회색빛 인쇄소 건물 외벽에, 주택가 빨간 담벼락에 내걸린 이국의 풍광과 사람들의 미소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그 온기가 골목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도 물들여주기를. 전시는 다음달 7일까지 이어진다. 이정아 기자 le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