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한겨레 프리즘] 장승은 누가 잘랐을까? / 이세영

[한겨레 프리즘] 장승은 누가 잘랐을까? / 이세영 등록 :2020-06-14 19:06수정 :2020-06-15 12:43 이세영 정치팀장 신앙심이 각별한 친구였다. 교문과 학생회관 사이 흰색 화강암 건물 앞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는 한 무리의 학생 틈에 그가 있었다. 입학 직후 모임에 들어간 친구는 도제식으로 진행된다는 성경 공부에도 열심이었다.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을 비판하는 노교수를 향해 “구원을 믿느냐”는 질문으로 당혹감을 안겼고, 최루탄 분말과 보도블록 파편이 어지러운 교문 앞을 제 키보다 큰 나무 십자가를 메고 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이런 그였으니, 도서관 앞 광장 한쪽에 ‘민족해방대장군’ ‘조국통일여장군’이란 이름의 대형 장승 2기를 세우겠다는 총학생회 계획을 두고 볼 리 없었다. ‘우..

총에 맞은 ‘홀리데이’ 주인공 지강헌은 왜 수술도 못하고 죽었나

총에 맞은 ‘홀리데이’ 주인공 지강헌은 왜 수술도 못하고 죽었나 등록 :2013-02-22 20:26수정 :2013-02-23 14:10 1988년 10월16일 서울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탈주범 지강헌이 총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바로 뒤 개시된 경찰의 진압작전 때 총알을 맞아 복부에 치명상을 입은 지강헌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자료사진 [토요판] 노환규의 골든타임 레지던트때 만난 두 환자 텔레비전에서는 며칠째 탈주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1988년 10월8일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미결수 12명이 버스 안에서 교도관을 덮쳐 권총을 빼앗고, 버스를 몰고 서울로 돌아와 달아난 것이다. 그중 몇 명은 여러 집을 전전하다가 어느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게 되었다.흉부..

스러지고 사라지면서도 분교는 사람들을 남기고 있었다

스러지고 사라지면서도 분교는 사람들을 남기고 있었다 등록 :2020-06-13 16:32수정 :2020-06-13 17:31 [토요판] 특집 강재훈의 ‘분교 30년’ 1982년 시작된 소규모 학교 통폐합 2018년까지 3885개교 합치고 없애 학교에 새겨진 시간·이야기도 소멸 사진가 강재훈 30년 걸친 분교 작업 1991년부터 전국 100여개교 오가며 폐교 직전 학교들의 마지막을 기록 최고도 학교부터 최남단 학교까지 줄배 타고 등하교하는 아이들부터 닫힌 정문 보며 눈물 흘리는 졸업생 경제성·효율성 앞에서 스러진 학교 사각 프레임에 붙들려 폐교 뒤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남아준 이야기들 1997년 7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우음분교에서 단 한 명의 전교생인 혜진이와 담임 선생님이 여름방학식을 하고 있다. 개학..

[조은 칼럼] 팬데믹 영화제 로드 무비를 상상하다

[조은 칼럼] 팬데믹 영화제 로드 무비를 상상하다 등록 :2020-06-11 17:49수정 :2020-06-12 02:38 팬데믹 영화제 로드 무비를 상상하는 일과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담론을 쏟아내는 지식 행위 중 어느 쪽이 더 부질없을까를 자문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가져온 생산 양식이나 생활 양식을 바꾸지 않고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미몽에서 우리가 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가 심어놓은 욕망 구조 안에서 코로나 이후를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나 문법을 가질 수 있을까…. 무관중 온라인으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를 다녀온 뒤 그 여정을 복기하다가 로드 무비를 찍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주영화제 가는 ..

“노랫말 재료 찾아내는 ‘내 안의 유난스러움’ 재발견했죠”[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

“노랫말 재료 찾아내는 ‘내 안의 유난스러움’ 재발견했죠” 등록 :2020-06-02 18:48수정 :2020-06-03 09:46 [짬]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씨 작사법에 이어 노랫말 재료인 언어를 탐색한 에세이를 낸 김이나씨.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육체적인 피로도 때문에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았구나.’ 작사가 김이나(41)씨가 지난달 27일 새 책 (위즈덤하우스)을 펴냈다. (2015) 이후 5년 만이다. 전작이 일상의 언어에서 노랫말을 건져 올리는 노하우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노랫말의 ‘재료’인 단어 그 자체에 주목했다. 골똘히 ..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향한 사랑[정여울의 문학이 필요한 시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향한 사랑 등록 :2020-06-12 06:00수정 :2020-06-12 09:46 [책&생각] 정여울의 문학이 필요한 시간 (17) 모두의 비난을 받는 존재를 그린다는 것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로 미움 받던 ‘마담 보바리’에 대한 혐오 차별과 오해 받던 인물을 공감의 대상으로 바꾸는 ‘문학의 힘’ 영화 한 장면. 과소비에 중독된 이를 일컬을 때 ‘보바리즘’이라는 명칭이 쓰일 정도로 마담 보바리는 미움받았으나, 이는 마담 보바리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명칭이 아니며, 이는 보바리에 대한 혐오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두 팔 벌려 환영받기 어려운 주인공이 있다. 영광의 이름보다 치욕의 이름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비극적인 주인공. 이 주인공은 아마도 역사상 온 세상의 욕을 가장..

학생들의 역사의식, 깜짝 놀랐어요

학생들의 역사의식, 깜짝 놀랐어요 등록 :2020-06-12 06:01수정 :2020-06-12 10:32 최초의 전국단위 초중고 역사의식조사 10년간 기록 지역 성별 학년별로 달라지는 학생들 역사인식 분석 역사의식조사, 역사교육의 미래를 묻다 역사교육연구소 지음/휴머니스트·2만원 학생들은 교실 안팎을 넘나들며 역사 인식을 키워나간다. ‘국정화교과서 반대 청소년행동' 소속 학생들이 지난 2016년 11월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장면.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인물은 누굴까? 지난 2014년 역사교육연구소가 전국 16개 지역 초등학교 고학년 12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석제표 능청과 의뭉스러움

성석제표 능청과 의뭉스러움 등록 :2020-06-12 06:00수정 :2020-06-12 09:43 내 생애 가장 큰 축복 성석제 지음/샘터·1만3000원 성석제(사진)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작가다. 일상의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국면도 그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촌철살인의 문장을 거치면 세상에 다시 없도록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하곤 한다. 이즈음은 ‘짧은 소설’로도 불리는 콩트는 그런 성석제의 특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르라 하겠다. 은 그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월간 에 연재했던 ‘짧은 소설’을 추리고 다듬어 내놓은 책이다. 콩트의 핵심적인 ‘영업 비밀’은 허를 찌르는 반전에 있다. ‘되면 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두 단어의 ..

꽃 -김춘수-

꽃 - 김춘수 - 1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물상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2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3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意味가 되고 싶다.

[서경식 칼럼] 코로나 재난 속의 인문학교육

[서경식 칼럼] 코로나 재난 속의 인문학교육 등록 :2020-06-04 17:38수정 :2020-06-05 02:08 대통령선거 전에 미-중의 군사충돌이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고 나는 본다. 상호의존적인 국제사회에서 대국 간의 전쟁 등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성적인 식자’들의 소리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성’을 배반해왔다. 우파 포퓰리스트들은 언제나 국내정치에서 궁지에 몰리면 더욱 강경하게 배외주의를 선동하는 것을 능사로 삼는다. 그것이 ‘이성’보다 효과가 좋다는 것을 그들은 배웠다. 에곤 실레의 . 최재혁(예술도서 번역·기획편집)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현재 대학의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 나는 ..